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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C+V 한 번에 2만8천원’ 딸에게 ‘꿀알바’ 맡긴 임원 논란

등록 2020-06-03 13:49수정 2020-06-09 14:25

인천문화재단 고위 간부…솜방망이 징계 논란
2009년 이후 활동 흔적이 없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게시된 인천문화재단의 ‘시놉시스 모집 공고’ 홍보글. 누리집 갈무리.
2009년 이후 활동 흔적이 없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게시된 인천문화재단의 ‘시놉시스 모집 공고’ 홍보글. 누리집 갈무리.

인천시 출연기관인 인천문화재단 고위 간부가 온라인 게시판에 ‘컨트롤C+V’(복사+붙여넣기)를 한 번 할 때마다 2만8250원씩을 주는 ‘꿀알바’를 자신의 딸에게 맡겼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3일 인천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재단법인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4일 방송작가 이아무개씨와 인천 지역 설화 및 지명 등 문화·역사 콘텐츠를 바탕으로 공연화 할 수 있는 ‘공연콘텐츠 개발을 위한 시놉시스 모집’ 홍보와 관련해 학술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작가 등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 등에 40건의 홍보물을 게시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은 113만원이다. 1건당 2만8250원씩인 셈으로, 재단 역사상 전례없는 계약이다.

용역을 마치고 113만원이 지급된 직후 올해 1월 인천시에 ‘이씨가 재단 1급 간부의 자녀’라는 공직자 부조리 신고가 접수됐다. 시의 조사 결과, 재단에서 유일한 1급 간부인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 겸 아트플랫폼 관장의 자녀로 확인됐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는 이 관장은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있다가 2005년 재단 사무처장으로 입사해 현재 재단 대표이사 다음으로 고위직 간부다. 시는 대통령령인 공무원 행동강령상 가족간 거래 때 신고 의무를 위반하고, 수의계약 체결 제한을 위반했다며 지난 4월29일 경징계 처분(감봉, 견책)을 재단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씨의 홍보활동 내용을 보면, 재단에서 별도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이미지 홍보물이나 공고 글을 포털사이트 카페 게시판에 올린 것이 전부였다. 홍보물을 게시한 공간을 살펴보니, 53곳 중 작가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는 30곳도 채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운영이 장기간 중단됐거나 ‘가입인사’ 게시판에 홍보물만 게시한 사례도 절반에 달했다. 회원 수가 2명인 곳도 있었다.

이씨는 지인에게 무단으로 재하청을 줘 관공서나 전국의 문화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위주로 24건의 홍보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시놉시스에 참여할 수 있는 특수 직군(작가)이 몰린 커뮤니티의 특수성과 전문성, 카페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이씨의 아버지이자 이 사업 총괄 책임자의 해명이 무색할 정도다.

재단의 한 직원은 “시놉시스에 창의적인 작품을 제출해 당선된 이들이 받은 당선금(50만원)보다 ‘컨트롤C+V’만 한 이씨가 받은 돈이 2배 이상 많다”며 “세상에 이런 ‘꿀알바’가 또 있을까 싶다”고 허탈해했다.

재단 내부에선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업무를 담당했던 팀장이 강요나 강제가 없었다고 진술했고, 용역 업무의 질을 떠나 실제 활동한 사실은 있기 때문에 보조금 환수 조처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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