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2순환도로 마지막 추진 구간인 인천~안산 노선안. 국토교통부 제공
수도권 제2순환도로 마지막 추진 구간인 인천~안산 노선안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송도 갯벌을 관통하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송도 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 보전 인천대책위원회(이하 송도습지대책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수도권 외곽을 잇는 총연장 254.2㎞의 수도권 제2순환도로 마지막 구간인 인천∼안산 노선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일반에 공개했다. 1조7억원이 투입되는 인천~안산 노선안은 인천 중구 신흥동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을 잇는 연장 19.8㎞ 구간으로, 올 하반기부터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2023년 착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선안이 2014년 국내 19번째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송도 갯벌 일대를 해상 교량으로 관통하는 것으로 설계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람사르습지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자생지로 보전가치가 있거나 희귀하고 독특한 유형의 습지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송도 갯벌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각종 물새와 철새를 부양하는 습지로서 국제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 2급인 검은머리갈매기의 경우, 전 세계 1만5000개체 중 90% 이상이 송도 갯벌을 중심으로 서식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23개 환경·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송도습지대책위는 이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교량 설치가 주요 보호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빠져 있다”며 도로 개설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최근 낸 성명에서 “국토부가 이 도로 개설을 강행하려면, 람사르 사무국에 송도갯벌 람사르 인증 취소와 습지보전법에 의한 습지보호지역 해지를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습지 등록이 ‘국민기만, 국제사기극’이었음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토부 세종청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국토부는 “람사르 습지지역은 순환망의 특성을 감안해 인천대교(인천공항) 및 제2경인선 접속을 위해 부득이하게 지상 통과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3일부터 경기 시흥을 시작으로 몇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열어 초안에 관해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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