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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어떻게 사이코패스로 진화했나?

등록 2020-07-03 00:18수정 2020-07-03 02:45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청 본관 5층 강당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청 본관 5층 강당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는 성범죄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점차 잔혹하고 가학적인 사이코패스로 진화한 것으로 경찰 재수사 결과 드러났다.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부실·강압 수사도 밝혀져 결국 경찰이 공개 사과했다. 공소시효가 지나 이춘재 등에 대한 처벌은 어렵지만, 3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범인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재수사의 의미가 적지 않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일 “이춘재가 처음에는 성욕이나 욕구불만 해소를 위해 성범죄에 나섰다가 처음으로 희생된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살해하게 됐다”며 “이후 반복적인 범행에 죄책감 등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자 범행 수법은 점점 잔혹해지고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해서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범행 동기에 대해 직접적인 진술을 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지난 1년간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52차례에 걸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의 범행 동기를 이렇게 분석했다. 실제 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에서도 이춘재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상위 65~85%로 분석됐다. 내성적인 성격의 이춘재가 군 복무 이후 달라졌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기갑부대에서 군 복무를 한 이춘재가 탱크를 몰며 처음으로 성취감이나 우월감을 경험하고, 제대 뒤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며 이런 성취감을 이어갔다는 추론이다.

30여년간 범인의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던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당시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디엔에이(DNA)가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의 재수사에서 이춘재는 화성과 충북 일대에서 14명을 살해하고 3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고, 경찰 수사에서 모두 이춘재의 범행으로 결론 났다. 다만, 성범죄 34건 중 수사기록이 남아 있는 9건은 이춘재의 소행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25건은 피해자의 진술 거부 등으로 혐의를 입증하진 못했다.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강압·부실 수사도 드러났다. 경찰은 과거 이 사건을 은폐, 감금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사했던 당시 검찰 직원과 경찰관 등 10명을 입건해 검찰로 넘겼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수사로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처벌할 수 없는 한계도 드러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공개 사과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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