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예정된 경기도 김포시 한강하구 생태·수로 예비조사가 무산된 뒤 참석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김포시 제공
국방부와 해병 2사단이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아 27일 경기 김포시 한강하구 생태·수로 예비조사를 위한 항행에 나서려던 김포시와 각종 연구기관 전문가들에게 행사 50분 전에야 ‘불허 처분’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포시와 각종 국책 연구기관 등 한강하구 조사단 26명은 선박 10척에 나눠타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동안 김포시 전류리 포구에서 출발해 한강하구 중립수역 앞 2㎞ 지점인 시암리 습지와 자유로 문발나들목 인근까지 항행한 뒤 전류리 포구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이날 항행은 김포시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 등 5개 공공연구기관이 포함된 ‘한강하구 공동연구협의회’ 연구원과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등 26명이 참여해 한강하구 생태조사, 물길·하상 변화 점검, 한강하구 평화적 활용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특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쪽은 배에 수심 측정장비를 장착해 김포와 강 건너편 파주 쪽을 지그재그로 오가며 21㎞의 수심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계획이었다. 한강하구를 관할하는 해병 2사단은 군 선박 2대로 항행선단의 선두·선미 선박과 동행할 방침이었다. 뿐만 아니라 실무협의를 통해 다큐멘터리 제작용 사진 촬영과 시료 채취 등에도 협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해병 2사단 쪽은 행사 시작 50분을 남긴 이 날 오전 8시40분 김포시에 전화를 걸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고들로 인해 항행이 어렵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군은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까지도 항행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군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전날 언론의 이슈가 된 탈북민의 월북 문제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기 김포시와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지난해 4월1일 한강하구 중립수역 사전답사 항행을 하고 있다. 김포시 제공
항행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전문가들과 김포시는 갑작스러운 군의 불허 통보에 당황해하며 반발했다. 그러나 군이 통문을 열어주지 않아 행사를 포기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한강하구공동연구협의회의 강태호 자문위원장(전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이번 항행은 단순한 배 띄우기 차원의 행사가 아니라, 본격적인 한강하구 심층 조사에 앞서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로·생태·환경조사의 출발점이라는 분명한 목적과 내용을 가지고 추진된 행사”라며 “탈북자의 월북 문제 등을 이유로 일방 취소되거나 연기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남북간 자유항행이 보장된 곳인데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사고방식으로 방치해왔다”며 “남북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오는 9월19일 한강하구 중립수역 항행에 앞서 1~2주 안에 예비조사 성격의 항행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포시 관계자도 “지난 5월말 통일부 장관이 김포 한강하구를 방문해 접경지역 협력의 목적으로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거론한 바 있다. 최근 발생한 문제점이 해소되는 대로 다시 항행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강하구는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이 없는 중립수역으로, 무장하지 않은 민간선박의 통행이 가능하지만, 남북 군사대치로 70년 넘게 항행을 못 하고 있다. 김포시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은 지난해 4월1일 한강하구 중립수역 사전답사 항행을 한 바 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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