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된 용인경전철은 토착비리로 건설된 부산물이었다. 치적쌓기에 혈안이던 지자체장의 과욕과 검증기관의 엉터리 타당성 조사, 감시기능을 상실한 시의회, 이익에 눈먼 건설사가 빚어낸 애물단지였다. 현재도 당초 수요 예측의 20%에 그치는 등 ‘혈세먹는 하마’로 평가되는 대표적 사례다.
1996년 3월부터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용인경전철 사업은 초기 흐지부지하다가 민선 3기 이정문 전 용인시장(2002~2006년) 때부터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2004년 용인시의 의뢰로 교통수요를 예측한 한국교통연구원은 하루 평균 이용객을 16만1000명으로 추산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들이 사업제안자였던 봄바디어컨소시엄의 교통수요예측 용역업체로부터 교통수요 예측 필수자료인 기종점통행량 분석 자료를 사적으로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수요조사의 기본인 가구통행실태조사와 해외경전철 수요 비교도 생략했다. 그 결과, 1㎞당 수송인원은 일본, 독일, 미국 등(평균 4285명)의 2배에 달하는 8444명으로 책정했다. 용인시가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수요를 다시 예측한 결과, 하루 평균 3만2000명이었다. 실제 지난해 용인경전철 하루 평균 이용객은 3만3079명으로, 최초 수요예측의 18%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엉터리 수요조사로 타당성 검증을 조작한 것이다.
이정문 전 시장은 이 사업 추진을 위해 2004년 시의회 의결사항임에도 이를 거치지 않고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1일 승객 수요 15만3000명을 기준으로 90%의 운영수입을 보장해 주는 내용의 협약이었다. ‘30년간 90%의 운영수입보장은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중앙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의 조건도 무시했다. 시는 애초 개통초기 5년간 5%의 수요하향을 요구하다 이유 없이 철회해 최소 300억원의 재정부담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의정부경전철의 경우 초기 4년 동안 수요를 애초 25%에서 5%의 비율로 낮춘 바 있다.
시의회 등의 감시기능은 전무했다. 실시협약 전인 2003년 7월부터 3차례에 걸쳐 시의원 18명과 시민·언론인 15명 등 모두 37명이 봄바디어 쪽으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아 캐나다 등으로 해외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경비는 이 전 시장이 봄바디 쪽에 요구했고, 이 전 시장은 이를 빌미로 시의원들의 입을 봉쇄했다. 재선을 노린 이 전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치적을 쌓으려다가 빚어진 결과였다.
당시 이 전 시장 등 9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시장은 교통수요예측을 부실하게 진행하는 등 용인경전철 사업 관련 7개 항목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사업자 쪽에 전기공사와 차량기지공사 하도급을 자신의 동생과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에 주도록 한 뒤 측근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뒤 출소했다.
경전철 사업은 준공을 앞두고 또 한번 격랑을 맞았다. 민선 4기 김학규 전 시장이 경전철 개통을 앞둔 2010년 11월 돌연 준공검사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 손실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준공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 탓에 계약해지로 이어졌고, 국제중재재판소까지 가게됐다. 시는 국제소송에서 패해 민간투자비 5158억원과 기회비용 2627억원 등 7785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지연 이자와 소송비 등 모두 8500억원 규모였다. 이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계약을 변경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적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시장 역시 재선을 위한 발판으로 경전철 문제 해결에 욕심을 냈고, 결과적으로 시 재정에 큰 타격을 주게 됐다.
시는 개통을 앞둔 2013년 4월 사업자와 ‘민간투자사업 변경실시협약’을 통해 일정 수입을 보장해 주는 최소수입보장(MRG) 방식에서 비용보전(SCS) 방식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의 90%에 이르는 수입을 보장하는 내용은 변경됐지만, 적자 운영은 불가피했다. 비용보전방식은 시와 사업시행자가 표준운영비를 산정하고, 수입이 표준운영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시가 보전해 주고 초과할 경우 수입을 환수하는 것이다. 연간 290억원(표준운영비)이 투입되는데, 수입은 지난해 기준 90억원에 불과했다. 2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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