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2지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흰발농게.
인천 영종도 갯벌 매립 예정지에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가 국내 최대 규모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영종도해양환경감시단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영종도와 영종준설토매립지 사이에 있는 갯벌 매립 예정지인 ‘영종2(중산)지구’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흰발농게’ 259만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인천시,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가톨릭환경연대, 영종환경연합이 공동조사단을 꾸려 지난 6~7월 정밀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개체 수를 추산한 것이다.
영종2지구 갯벌 전체 면적 393만5000㎡ 가운데 서식이 예상되는 293만5000㎡ 면적을 대상으로 드론을 이용한 공중촬영, 조사대상 표본지 지정, 표본지 단위면적당 흰발농게 개체 수 등의 방법을 통해 추정했다. 국내 흰발농게 서식지로 알려진 전북 군산시 선유도보다 영종2지구에 서식하는 개체 수가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개체 수가 많아 하얀 점처럼 보이는 흰발농게.
환경단체는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 중인 영종2지구 매립 뒤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청은 1조981억원을 들여 이 갯골을 메우고, 그 자리에 2031년까지 해양 관련 산업과 리조트, 주택 및 상업복합단지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개발면적의 40.5%를 줄인 234만1천㎡만 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소산 영종도해양환경감시단장은 “공동조사단은 흰발농게 조사 보고서 작성까지 완료했다. 10월까지 저어새 등 영종2지구 내 보호종 철새에 대한 현장 조사도 진행한다”며 “공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기관에 영종2지구 매립 계획 철회 및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영종도해양환경감시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