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예정 터에 조성된 수도권 최대 골프장 ‘스카이72’ 운영권을 둘러싸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와 운영사 간 갈등이 첨예하다. 애초 제5활주로 착공 예정 시기에 맞춰 올해 말까지 토지를 원상 복구하고 귀속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활주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공사가 기존 운용사를 내보내고 새로운 운영자를 찾기로 한 게 갈등의 발단이다. 스카이72 쪽은 2000억원을 투자해 지은 골프장 시설을 그대로 두고 맨몸으로 내쫓는 건 부당하다며 계약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사는 이미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얻은 업체에 운영기간을 연장해주면 특혜라며 맞서고 있다.
서로 다른 잣대의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게 갈등의 핵심인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고충민원 처리에 나선 가운데 ‘공정의 무게 추’가 어디로 기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5활주로 착공 지연에 꼬인 운영권 갈등
공사와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스카이72)는 2005년 2월 인천공항 제5활주로 예정 터를 포함한 364만㎡의 땅을 임대·임차하는 내용의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스카이72 쪽이 골프장 시설을 직접 건설하고, 제5활주로가 착공 예정 전인 2020년 연말까지 15년간 사용한 뒤 소유권을 공사에 인계하거나 철거하는 내용이었다. 또 스카이72는 시설인계 또는 철거 때 지상물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제5활주로 착공 전까지 유휴용지를 사용하되, 활주로 건설 때 딴소리를 하지 않기로 약속한 셈이다. 이후 스카이72 쪽은 2000억원을 투자해 수도권 최대인 72홀(하늘코스 18홀, 바다코스 54홀) 규모 골프장을 지어 운영하며, 15년 동안 토지 임대료 1500억원을 공사에 납부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2021년 착공 예정이던 제5활주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항건설기본계획상 제5활주로 착공 시기는 2025년쯤이다. 국토교통부는 “제5활주로 공사의 구체적 추진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제4 활주로도 2024년 완공 예정이데,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하루 평균 20만명에 달하던 인천공항 이용객이 1만명 수준으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제5활주로 착공은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스카이72 쪽은 임대기간 산정의 가장 큰 전제였던 제5활주로 착공 시기가 변경된 만큼, 임대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공사 쪽에 요구했다.
■스카이72 “궁중족발 사태와 무엇이 다른가”
스카이72 관계자는 “예정대로 제5 활주로가 착공했다면, 철거하고 떠나면 된다”며 “그런데 중대한 변경 사유가 있음에도, 임차인이 투자해서 장사가 잘되니 계약기간 끝났다고 시설을 무상으로 넘기고 나가라 하는 것은 ‘궁중족발 사태’와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 쪽이 소유권 양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700억원(추정)의 취득세 및 법인세 납부는 물론, 지상물 철거 비용 190억원 포기, 소송 등 법정다툼이 예상됨에도 새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카이72 쪽은 과거 ‘땅 무상 제공’ 문제로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운털이 박혀 보복을 당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지난 2015년 제2여객터미널을 건설하며, 공사 쪽은 진입도로가 지나는 골프장 땅 3만㎡를 무상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스카이72 쪽은 이를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공사는 이 소송에서 패소해 89억원을 물어줬다. 소송 과정에서 스카이72 쪽은 보상 대신 임대기간 연장을 제안했으나 공사는 이를 거부했다. 스카이72 쪽은 이때부터 양쪽 간 관계가 틀어졌고, 신규 사업자 선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계약 연장은 특혜”
공사 쪽은 계약 기간 연장은 ‘특혜’라며 계약기간이 종료된 만큼 무상 인계 뒤 떠나라고 일축했다. 스카이72 쪽이 15년 동안 투자비용을 이미 회수하고도 1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가져간 상황에서 추가 계약연장은 특혜이자 다른 사업자가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이란 것이다. 공사 쪽은 스카이72와 계약기간 연장은 화물터미널, 기내식 등 60여개의 민자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가하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공사 쪽 관계자는 “제5 활주로 착공을 2021년부터 한다는 것은 실시협약의 대전제도 아니고, 계약 갱신 또는 연장에 대한 언급 자체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사는 이달 중 골프장을 운영할 새 사업자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간만료 민자시설에 대한 경제성 분석 용역’을 거쳐 사업자 공모를 통해 골프장 시설을 유지, 운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용역 결과, 제5활주로 예정 터가 포함된 바다코스는 최대 5년, 하늘코스는 최대 20년 동안 임대했을 때 사업성 및 현금 흐름이 최적이라고 분석했다. 공사는 이 결과를 토대로, 입찰 조건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제5 활주로 건설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골프장 시설을 철거하게 되면, 연간 15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수익을 허공에 날리게 돼 ‘배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 무게의 추’ 어디로 쏠릴까
양쪽이 주장하는 ‘공정’의 문제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72 쪽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공사 쪽이 추진 중인 부당한 골프장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다. 스카이72 쪽은 계약 갱신이나 연장이 불가하다면, 지상물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익위는 이달 5일 양쪽 관계자를 불러 기초적인 사실관계 파악 등의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쟁 조정을 위한 양자 간 독립적 기구인 판정위원회 논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고충민원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시협약에 명시된 판정위원회는 협약 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양쪽 추천 전문가 1명씩과 양쪽이 합의로 추천한 1명 등 3명으로 구성해 분쟁을 조정한다. 양쪽이 판정위원회 설치에 동의함에 따라 현재 위원 구성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판결위원회의 결정이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분쟁 조정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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