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부근 도로변의 가로수가 부러졌다. 독자 제공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은 하늘길과 뱃길이 모두 끊겼고,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서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보된 바비가 27일 새벽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태풍 피해 예방 및 대비를 위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 태풍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 바비는 26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45 헥토파스칼(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45m의 매우 강한 중형 태풍으로 성장해 서귀포 서남서쪽 2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2㎞의 속도로 북북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속도로 북상하면 이날 오후 6시께 전남 목표 근처 바다를 지나 이튿날 새벽 백령도 남동쪽을 경유해 북녘땅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했다.
태풍 영향권인 제주지역에선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시 연동 제주도청 부근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꺾이고, 제주시 아라2동의 한 도로에서는 가로등이 꺾이면서 인근 연립주택 유리창을 깨트렸다. 또 서귀포시 회수 로터리와 남원읍 위미리,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부근 도로의 가로수들도 꺾였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모두 102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제주공항에 강한 바람이 몰아치면서 이날 제주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도 결항됐다. 이와 함께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의 여객선 운항도 모두 끊겼다. 제주도내 항구에는 태풍을 피해 대피한 1900여척의 선박들이 정박한 상태다. 제주지역에는 시간당 30㎜ 이상, 산간지역에는 70㎜ 이상의 비가 내리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항공편과 배편도 모두 운항이 중단됐다. 가거도에선 방파제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임성인 가거1구 청년회장은 “집채만 한 파도가 가거도 방파제를 넘나들었다. 지난해 태풍 링링 때 부서져 복구한 방파제 일부가 또다시 유실됐다”고 전했다.
철도 운행도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철도(코레일)는 이날 태풍 북상에 따라 장항선과 경전선, 호남선과 전라선 일부 열차를 운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대응 2단계 및 국가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일선 지자체에선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했으며, 산사태·급경사지 등 침수 및 붕괴위험지역 2만326곳 예찰 및 어항·항만 1670곳 안전점검 등을 마친 상태다.
이정하 허호준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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