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부대 내 가혹행위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20대 의경이 순직 처리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이달 초 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어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근무하다 2010년 5월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의경 ㄱ(당시 20살)씨를 순직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심사위 개최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가 ㄱ씨와 관련해 재조사를 벌인 뒤 지난달 그를 순직으로 재심사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ㄱ씨의 유족도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진상규명위는 지난해 초 유족 쪽의 재조사 신청에 따라 같은 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ㄱ씨의 죽음의 배경에 대해 조사했다. 진상규명위는 부대 내에서 직접적인 구타는 없었지만 모욕과 욕설, 폭언 등 가혹행위와 부대 관리 소홀로 생긴 우울증이 ㄱ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ㄱ씨 사망과 관련한 경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ㄱ씨 부모는 여러 차례 아들이 가혹행위 때문에 숨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경찰은 자체 조사를 거쳐 가혹행위와 관련 없이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지난해 말 의무경찰 관리규칙의 순직 인정 범위에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정신질환이 나타나 자해행위로 사망한 경우’가 포함됐는데, ㄱ씨 순직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며 “이 규칙은 과거 사건에도 소급 적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순직 결정에 따라 10년 넘게 인천 한 병원에 안치된 ㄱ씨의 주검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ㄱ씨의 주검은 병원 쪽의 요청에도 부모가 넘겨받지도 않고, 주검을 포기한다는 각서도 쓰지 않아 2010년부터 10년 넘게 안치실에 보관됐다. 안치 비용만 2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쪽은 “주검 인계에 동의하면 안치 비용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10년여 만에 순직 결정이 나온 만큼 유족 측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병원과 유족 쪽과 장례 절차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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