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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방치” 신고만 3차례…결국 형제는 라면 물을 끓였다

등록 2020-09-17 19:27수정 2020-09-18 08:32

아동 방임 2년 전부터 관리해왔지만,
법원 ‘격리’ 대신 ‘상담’ 판결 아쉬움
“어머니 사고 전날 집나가 귀가 안해”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형제끼리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나 초등학생 형제가 크게 다쳤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형제끼리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나 초등학생 형제가 크게 다쳤다. 연합뉴스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태에 빠진 인천 초등학생 형제 사건을 두고, 단순 화재가 아니라 방치된 아이들에게 닥친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전부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구청 관리를 받아온데다 최근에는 어머니와 두 아들 격리 등 후속 조처를 하려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형제의 어머니는 전날 밤 집을 나간 뒤 사고가 날 때까지도 귀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경찰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동미추홀갑)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홀어머니 ㄱ(30)씨가 아들 ㄴ(10)군과 ㄷ(8)군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2018년 9월16일이다. 자녀만 남겨두고 집을 비우는 일이 잦고, 집 안 청소 상태도 불량하다는 신고였다.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머니에게 청소 등 물리적 환경 개선 등을 주문했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2차례 추가 신고가 접수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올해 5월 인천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다. ㄱ씨의 두 아들을 어머니로부터 격리해 보호시설에 위탁하도록 명령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인천가정법원은 지난달 27일 ㄱ씨에게 1주일에 한번씩 6개월 동안 상담, 두 아들은 12개월 동안 상담하라는 상담위탁 처분을 내렸다. 법원 관계자는 “ㄱ씨를 조사한 뒤 정신과 전문의 등 진단을 거쳐 (보호시설 위탁 대신) 당시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상담과 치료위탁 처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사 의뢰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18일 ㄱ씨를 아동보호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24일 ㄱ씨에게 상담처분을 해달라며 인천가정법원에 아동보호 사건을 청구했고, 사흘 뒤 법원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 ㄱ씨의 상담을 위탁한다”고 결정했다.

지난 4일 아동보호기관에 법원 결정문이 도착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대면 접촉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상담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단둘이 집에 남겨진 형제는 14일 오전 11시10분께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중화상을 입는 사고로 이어졌다.

ㄱ씨는 전날 집을 나간 뒤 사고 당일 귀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는 화재사고 조사 과정에서 “전날 밤 친구 집에 갔다가 귀가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몇해 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뒤 우울감과 불안장애 등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자녀보육 문제나 생필품 지원 등에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 형제를 지원해온 ‘미추홀구 드림스타트’ 쪽은 “가정에서 홀로 두 형제를 보육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역아동센터에 보낼 것을 권유했지만, 어머니가 강하게 거부했다”고 밝혔다. 두 형제는 보육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 가족은 2015년부터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으로 지정돼 생계급여 등 명목으로 한달에 160만원가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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