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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거구 아들 살해 자백한 70대 노모에 ‘무죄’…왜?

등록 2020-11-03 15:40수정 2020-11-04 02:45

인천지법 “제삼자 가능성 의심”
“가족 위한 허위진술일 수도”

술독에 빠져 사는 모습이 애처로워 아들을 살해했다고 자수한 70대 노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왜소한 고령의 할머니가 체중 100㎏이 넘는 거구의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할 수 있는지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사건인데, 재판부는 논리적 결합이 있는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표극창)는 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윤아무개(76·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할머니의 자백을 근거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윤 할머니는 올해 4월20일 0시5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김아무개(51)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는 범행 직후 “아들의 목을 졸랐다”고 112에 직접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윤씨는 “소주병으로 아들 머리를 내리쳤고, 수건으로 목을 졸랐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하지만, 윤씨 집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하게 정돈된 상태였다고 한다. 집안에서 깨진 소주병 등 유리조각도 발견되지 않았다.

윤 할머니는 법정에서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공판 때 최후진술에서도 “아들이 술만 마시면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다. 희망도 없고 진짜로 너무 불쌍해서 범행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아내와 이혼했고, 아들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주지 못한 채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윤 할머니의 자백을 선뜻 믿기 어렵다는 시각을 보여왔다. 76살 왜소한 노인이 체중 100kg이 넘는 성인 남성을, 가로 40㎝, 세로 70㎝ 크기의 수건으로 목 졸라 살해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었다. 윤 할머니가 제삼자를 대신해 허위로 자백했을 가능성도 열어 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정에서 당시 살해 장면을 재연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재판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으며, 직접적인 증거는 피고인의 자백과 딸의 진술밖에 없다”면서 “자백과 진술의 내용도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하는데, 집안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서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허위진술이 있을 수 있다. 살해 경위 등을 보면 범죄의 동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고, 제삼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살해 방법과 관련해 피해자 부검 결과 피해자는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었으며,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건으로 76살 할머니가 102kg의 거구의 50살 성인 남성을 숨지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법정 검증 당시에도 피고인의 진술과 재연 동작이 어설펐으며, ‘피해자가 생명이 위태롭게 됐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항없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객관성,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주병 파편을 치울 시간은 3분 정도였는데 과연 아들을 살해한 피고인이 짧은 시간에 청소를 한 점도 이해가 가지 않으며, 피고인의 주장대로 아들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다면 당시 아들의 위치상 가슴 등 상반신에 소주병 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왼쪽 다리에만 상처가 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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