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쓰레기 자체매립지 예비후보지로 선정된 옹진군 영흥도 영흥면 외리 위치도. 인천시 제공
2025년 수도권매립 종료에 대비한 인천시 자체 매립지 예비후보지는 예상대로 옹진군 영흥도였다. 인천시는 또 새로 건립 예정인 광역 소각장 후보지 4곳 중 3곳도 공개됐다. 영흥도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12일 시청에서 ‘친환경 자원환경시설 건립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수도권 매립지 2025년 매립 종료’를 선언한 지 한달여 만인 이날 자체 매립지와 권역별 소각장 3곳 예비후보지를 공개한 것이다.
인천에코랜드(가칭)로 이름 붙인 자체 매립지 예비후보지는 석탁화력발전소가 있는 옹진군 영흥면 외리 일대 248-1 일대 89만4925㎡ 가운데 14만8500㎡ 터로 선정했다. 이 곳은 인천연구원에서 실시한 자체매립지 입지선정 조사 연구용역 결과에서 최적지로 추천한 곳으로, 이 땅을 소유한 법인이 인천시의 자체매립지 공모에 응모한 곳이기도 하다. 인천에코랜드는 기존 매립시설과는 달리 지하 30~40m 깊이에 소각재와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한다. 상부는 밀폐형 에어돔을 설치해 악취나 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기존 광역 소각시설인 송도·청라는 승인 규모를 축소하고,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3개 기초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권역별 소각장도 4곳에 조성된다. 신규 소각장 후보지 중 부평·계양지역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후보지로 선정한 소각장은 △중구 신흥동 남항환경사업소(1일 처리용량 250톤 규모) △남동구 고잔동 음식물류폐기물사료화시설 용지(350톤) △강화군 용정리 생활폐기물 적환장(45톤) 등이다.
12일 인천시청사 앞에서 옹진군 영흥도 주민 100여명이 쓰레기 자체매립지 건립 반대 규탄집회를 열고 항의하고 있다.
시는 인천에코랜드를 비롯해 자원순환시설을 설치하는 지역에 지역경제 활성화나 다양한 편익시설 제공 등 과감한 지원책을 제시할 방침이다. 또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과 주민 숙원사업 해결에 필요한 재원 지원 등의 방안도 마련했다. 시는 앞서 인천에코랜드 유치 주변지역은 매년 58억원 규모의 마을발전기금 지원과 100억원대 이상의 근린공원 및 체육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한 자체매립지와 신규 소각장 예비후보지는 향후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해 확정하게 된다고 시는 설명했다. 박 시장은 “우리부터 우리 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진정한 ‘쓰레기 독립’에 이르는 것”이라며 “우리 내부로부터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한 환경정의를 바로 세울 때 수도권 2500만의 쓰레기를 떠안는 도시, 직매립이라는 후진적 자원순환 정책을 이어가는 도시에서 벗어나 친환경 자원순환을 선도하는 미래도시,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특별시’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시설 후보지 발표에 기초단체장과 주민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영흥도 주민 100여명은 이날 아침부터 시청사 앞에서 자체매립지 건립 반대 규탄집회를 열고 항의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소 탓에 피해를 본 영흥도에 또 환경위해 시설을 짓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예비후보지 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장정민 옹진군수도 이날 오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에 힘을 보탰다. 김정식 미추홀구청장도 이날 성명을 내어 “중구에 설치 예정인 소각장이 사실상 미추홀 주거지역 인근 생활권역에 속한다”며 예정지 재협의를 요구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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