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아동 성폭행 사건이었던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의 한 장면. 필름모멘텀 제공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떠나는 선례를 남기기 싫었지만, 여기서 살 자신이 없어 떠납니다.” 유례없는 끔찍하고 잔혹한 성폭행 사건으로 기록된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이 결국 경기도 안산시를 떠난다.
이들은 12년 전 해를 당했지만 아픔을 버티며 살아왔지만 더는 머물 수 없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12일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조두순이 출소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 ‘(딸이) 불안감에 잠을 못 자고 악몽에 시달린다’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어쩔 수 없이 안산을 떠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이사 이야기를 꺼내니 그제야 ‘도저히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고 했다”라며 “같은 생활권에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너무 두려워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는 데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이사 문제를 얘기하지 못했다는 그는 “국민 성금 덕분에 보름 전쯤부터 이사할 집을 구하기 시작해 최근 다른 지역의 전셋집을 찾아 가계약을 맺었다. 조용히 떠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2억원 넘는 돈이 성금으로 들어왔는데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면 이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에겐 감추고 싶은 사건이 12년째 회자가 되고, 범인의 출소까지 논란이 되니 이젠 제가 주민들께 죄인이 되는 기분”이라며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조두순이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다면 (우리 피해자가 사는)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짐승만도 못한 짓”이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한, 이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에 관해 국가가 되돌아봐야 한다. 법적으로 대안 없다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 줬어야 한다. 국가 공권력이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했다.
이에 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 “(조두순의 출소로) 국민이 불안해하시는 걸 잘 알고 있다”라며 “(조두순의) 심리상태를 확인하고 재범을 방지할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1대1 전자감독을 붙이고, 음주와 외출을 제한하고, 성인지 개선(교육)과 알콜중독 전문 프로그램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준비해 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8살짜리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오는 12월13일 출소해 피해자와 그 가족이 살고 있는 안산시로 돌아간다. 조두순은 출소 뒤 성범죄자 알림이(e)를 통해 신상정보가 5년간 공개되고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며 보호감찰을 받게 된다. 집중적으로 그를 관제하는 요원이 추가되고, 지정보호관찰관이 동선과 생활 계획을 보고받는다.
앞서 검사는 조두순의 죄질이 무겁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1심에서 가해자의 나이가 많고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12년 형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1952년생으로 올해 69살이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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