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미국 감리교의 조지 오글 목사가 낡은 초가를 사들여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설립했다. 이 곳은 빈민과 노동 운동 지원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군사정권 시절 노동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인천 동구 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가 재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동구 화수동 구릉에는 화도진공원(인천시 기념물 제2호)이 있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역사적 현장으로,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1982년 옛 화도진을 복원해 조성한 곳이다. 화도진은 조선 말기 서구의 함선을 감시하기 위해 군대가 주둔하던 군사시설이었다.
화도진공원 바로 아래에는 우리나라 산업화 당시 노동운동의 역사를 품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1년 미국 감리교의 조지 오글(한국 이름 오명걸) 목사가 낡은 초가를 사들여 빈민과 노동자 운동을 지원하는 활동 공간으로 사용했다. 2층짜리 건물인 현재의 일꾼교회 역시 조지 오글 목사가 미국 시민들로부터 모금 받아 지었다. 1978년 쟁의 중인 노조 조합원들에게 반대파가 똥물을 뿌린 이른바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노동자들이 이곳으로 피신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있던 터에 미문의일꾼교회를 지어 사회복지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빈민과 노동 운동을 지원했던 이 교회는 1970~80년 당시 중앙정보부의 사찰과 탄압으로 갖은 고충을 겪었다. 조지 오글 목사는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진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오지 오글 목사는 일꾼교회에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제5회 대한민국인권상도 수상했다. 이 교회는 현재도 장애인 및 저소득층 자녀 교육과 푸드 뱅크 사업에 공간을 내주고 있다.
이런 일꾼교회가 철거될 위기다. 일꾼교회를 포함해 주변 18만㎡에 이르는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조합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이곳을 모두 허물고, 지상 40층 높이의 아파트 3300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조합 쪽은 일꾼교회에서 약 15m가량 떨어진 ‘쌍우물(화도진 병사들이 식수용 사용하던 2개의 우물)’은 구역 내 가장자리로 옮겨 복원·존치하기로 했지만, 일꾼교회는 존치를 거부했다. 동구는 매년 10월 쌍우물 터에서 쌍우물제를 열어 주민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김도진 일꾼교회 목사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역사적 건물인 일꾼교회는 쌍우물의 가치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며 “현재 건물 존치가 어렵다면 옛 초가를 복원해 빈민·노동 관련 박물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조합과 동구 쪽에 거듭 요구했다.
동구 관계자는 “민간개발사업구역이어서 구가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 재개발조합과 일꾼교회 쪽을 만나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라며 “다음달 열릴 예정인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양쪽의 의견을 함께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미문의일꾼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