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초가집을 사들여 설립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모습. 미문의일꾼교회 제공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인천 동구 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보존하기 위해 기독교계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가 협의회를 꾸려 공동대응에 나섰다.
인천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 보존대책협의회(이하 산보협)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했던 화수화평구역 주택재개발 도시정비사업이 최근 다시 시작됐다”며 “이로 인해 민주화와 노동운동 유산 중의 하나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가 소실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전날 일꾼교회에서 결성식을 한 산보혐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에 소속된 이 교회는 인천 지역의 산업 유산으로 중요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녔다”며 “재개발조합이 결성된 이후 10년간 계속 건물 보존을 요청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의회를 발족하고, 공동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산보협에는 초기 선교회 총무을 지낸 조화순 목사를 비롯해 정연수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감독, 양재덕 실업극복인천본부 이사장, 정영암전 동일방직 노조조합원, 박종열 인천주거복지센터 이사장(목사), 조광호 전 인천지역해고노동자협의회 위원장 등 6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김정택 인천친환경농업협회장·김일회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신부),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권영규 기독교대한감리회중부연회 사회복지선교위원회장(목사), 홍성국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장(목사) 등 5명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1961년 설립된 선교회는 1978년 쟁의 중인 노조 조합원들에게 반대파가 똥물을 뿌린 이른바 ‘동일방직 사건’ 때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초가집을 구해 처음 선교회를 세운 미국 선교사 조지 오글 목사는 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위해 공개 기도회를 열었다가 박정희정권에 의해 강제 추방되는 등 민주화운동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선교회의 맥을 잇고 있는 지금의 일꾼교회는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면적 18만998㎡)에 따라 아파트 31개동 2986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재개발사업조합은 내년까지 사업 시행 인가를 받고 2022년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이주·철거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꾼교회 김도진 담임목사는 “지난달 미국에서 별세한 오글 목사가 추방된 뒤에도 모금 지원을 통해 1976년 교회 건물을 지을 수 있었고 이후 인천 지역 노동자들의 지원과 상담을 이어왔다”며 기념관이나 박물관으로 일부나마 보존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
산보협은 이날 재개발사업조합 쪽에 “민주, 인권, 노동과 관련한 장소로서 그 현장이 보존되어야 할 당위가 있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을 보존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산보협은 앞으로 교회 건물 보존을 위한 각계각층의 지지를 모아 조합 쪽과 행정기관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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