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주한 ‘탑승동 전통문화존 기획 및 조성’ 용역에 참여한 작가가 일방적으로 사업에서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작가가 참여한 제안서는 심사를 거쳐 최종 용역사로 선정됐지만 발주처가 전시 구상이나 현장 여건에 맞지 않다며 기획안을 바꾸자 해당 작가를 아예 빼버려 해당 작가가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사가 지난해 3월 발주한 ‘탑승동 전통문화존 기획 및 조성 용역(사업비 17억원 규모)’ 입찰에서 5개 업체 가운데 ‘열린기획과 타라스페이스’가 용역사로 선정됐다. 이 업체는 디지털 미디어아트와 아날로그 원화아트 분야 작가 2명의 이름을 내세운 제안서에서 <‘탈’교통공간 갤러리아 인천공항>이라는 전시기획 구상을 제시했다. 디지털 미디어아트 부문에 참여한 작가는 인천공항 내 기존에 설치된 ‘미디어병풍’ 작품을 제작한 이아무개씨다. 용역 과업 내용에 ‘미디어병풍 보수’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용역사는 공항공사와 구체적인 전시기획 및 전시관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 협의 과정에서 이 작가를 사업에서 제외했다. 이 작가가 수차례 배제한 이유를 물었지만, ‘발주처의 요구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용역업체 쪽은 “발주처인 공항공사가 탑승동의 현장 여건상 디지털 미디어 송출방식을 통한 표현에 한계가 있다며 전시 위주로 변경을 제안해 내용을 전면 재구성하기로 했다”며 “을의 입장에서 발주처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용역업체 관계자는 “문화·예술계에선 발주처의 요구로 당선작이 50%가량 바뀌기도 해 (이런 사례는) 아주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특정 작가의 참여나 작품 전시를 하지 말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인천공항공사 쪽은 “전통문화존 내에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으로 ‘진품’을 전시하는데, 미디어 송출방식의 전시기획과는 맞지 않고, 개방된 공간이어서 미디어 형태로는 전시가 어렵다는 자문위원회의 얘기가 있어 용역사에 전달했다”며 “용역사와 작가 사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2월 말 준공 예정이지만, 아직도 ‘진품’ 전시 목록이나 명확한 전시 기획안도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전시관 외관 조성공사만 진행 중이다.
이 작가는 용역사와 발주처의 불합리한 이런 관행은 ‘문화·예술계에서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제안서 심사·평가를 통해 용역사를 선정하고도 일부 변경이 아닌 기획 의도와 구상을 통째로 없애고, 새판을 짜려면 굳이 제안서 입찰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제안서 심사·평가도 엉터리였음을 보여주는 방증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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