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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공존 1년 이야기 “희망의 봄이 오고 있네요”

등록 2021-01-26 11:51수정 2021-01-26 14:37

‘코로나 극복’ 부천 시민·청소년 작품집 내놔
<도시유영>에 실린 이예림씨의 작품 ‘정지’. 정지된 일상 속에 갇힌 아이의 어리둥절함을 ‘출구가 없는 투명 상자 속에 갇힌 마스크’로 표현한 작품이다.
<도시유영>에 실린 이예림씨의 작품 ‘정지’. 정지된 일상 속에 갇힌 아이의 어리둥절함을 ‘출구가 없는 투명 상자 속에 갇힌 마스크’로 표현한 작품이다.

오래 열고 닫은 손때 묻은 문 위에 ‘임대문의’를 붙이는/ 아버지의 마른 손등은 자꾸만 핏줄이 톡톡 튀었다/ 한참을 글자만 쏘아보다 결국은 파도처럼 일렁이던 어깨/ 허망한 물거품 매단 채 밀려오는 파도를 끌어안고/ 우리는 삶의 끄트머리에서 속삭이는 모래가 되었다/ 기나긴 겨울을 겪으며 그림자를 닮아간 사람들/ 따스운 볕 위에 이제 막 쥐어짠 빨래처럼/ 절망을 털어내고 하얀 희망 널어낼 날이 있을까/

부천문화재단이 26일 공개한 작품집 <도시유영> 중 ‘봄눈을 기다리며’(예명: 제이) 중 일부다. 이 책은 ‘코로나 블루스’라는 주제로 코로나19와 공존한 지난 1년 동안 삶과 코로나 우울을 치유하는 시민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제이’는 우리의 잃어버린 일상을 얘기한다. 운동장 몇번 걸어보지 못한 아이의 실내화는 신발장에서 나올 줄 모르고, 여행을 좋아하는 언니는 막힌 하늘길에 깊은 슬픔에 잠겼다고 회상한다. 장기 불황에 가게 문을 닫게 된 아버지의 흐느끼는 뒷모습에 좌절하지만, 곧 다시 희망의 봄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유난히 입이 짧아 마른 체형의 자녀를 뒀다는 예명 ‘재원’은 ‘그 어려운 것을 코로나가 해냈다’며 지난 1년 동안 후덕해진 자녀의 모습을 해학으로 풀어냈다. 이예림씨는 정지된 일상 속에 갇힌 아이의 어리둥절함을 ‘출구가 없는 투명 상자 속에 갇힌 마스크’로 표현한 그림을 선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폐업한 단골가게에 대한 회상 등 부천시민 41명의 이야기가 시·에세이·카툰·추상화·모빌 등으로 표현됐다. <도시유영>은 동네책방 등 마을의 예술창작공간을 통해 다양한 도시·사람 이야기를 수집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등 일상 속 감정 단어에 대한 부천지역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의 짧은 수필 246편이 실린 <도시다감>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등 일상 속 감정 단어에 대한 부천지역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의 짧은 수필 246편이 실린 <도시다감>
부천문화재단은 이날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과 가족, 친구, 진로 등에 대한 부천지역 중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도시다감 : 청소년 감정사전>도 공개했다. 부천 내동중·부일중·석천중 2~3학년 학생 233명이 참여했다. 간절과 행복 등 121가지 감정 단어에 대한 짧은 수필 246편을 담아냈다. 새로 산 운동화를 채 몇 번 신지 못하고 발만 훌쩍 커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노래방조차 가지 못하고 집에만 갇혀있는 자신을 애니메이션 ‘라푼젤’에 빗대 우울감을 토로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익숙해 가는 ‘줌’ 수업에 낯선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코로나에 빼앗긴 중학교 3학년의 학창시절을 먼 훗날 떠올리면 아쉬움으로 남겠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나는 이 잃어버린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기억해보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한 가사처럼 ‘나에게 쥐어지는 매일이 gonna be my best part’ 일 테니까.” 예명 ‘유길’이라는 청소년은 그래도 희망을 노래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부천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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