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진입 보행로에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불법 영업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집회에서 불과 10m 떨어지 곳에선 스카이72 캐디자치회와 노사협의회, 협력업체 등 관계자들이 영업 강제 종료 중단을 요구하며 규탄 집회을 열고 있다.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이 참석한 것이다. 김 사장을 포함한 임원단 9명은 스카이72 운영자 쪽에 ‘불법 점유를 멈추고, 즉각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스카이72 골프장 운영기간이 지난해 12월31일로 끝났음에도 퇴거하지 않자 ‘4월1일부터 단전·단수하겠다’고 지난달 23일 통보하고, 이날 강제조처의 당위성을 알리는 취지의 집회였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계약기간이 종료된 사업자가 막무가내식으로 공공자산을 무단점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장으로서의 올바른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스카이72가 점유하고 있는 토지는 인천공항의 자산이자 국민의 재산이므로,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을 위해 침해되는 상황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1일 오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진입 보행로에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불법 영업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실제 이날 오전 5시부터 일반 이용객이 사용하는 상수 외에 골프장 잔디 등 조경수 관리에 필요한 중수 공급을 차단했다. 단전까지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향후 단전·단수는 물론 통신 차단, 진입도로 폐쇄 등 강제조처 수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김영재 스카이72 대표를 업무방해죄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는 인천에 있는 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인천시 담당과장에 대해서도 직무유기죄로 함께 고소했다.
이날 공항공사의 집회 현장과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는 스카이72 노동자들이 일자리 유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스카이72 캐디자치회와 노사협의회, 협력업체 등 관계자들은 영업 강제 종료 중단을 요구하며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영업을 강제로 종료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박석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은 “공항공사와 업체 간 문제는 소송 등을 통해 풀면 될 일”이라며 “운영 중단 기간 직원 등 관련 노동자는 생계에 큰 위협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스카이72 캐디자치회와 노사협의회, 협력업체 등 관계자들이 영업 강제 종료 중단을 요구하며 규탄 집회을 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골프장 새 운영자로 선정된 ‘케이엠에이치(KMH) 신라레저’ 쪽은 ‘스카이72 직원 및 캐디 100% 고용승계, 기존 연봉 대비 5% 인상’ 등 고용불안 해소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고용불안을 빌미로 스카이72쪽이 시설 인계를 거부하는 명분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스카이72 쪽과 새 운영자간 원만한 합의가 성사되면, 운영 중단기간에 대한 보상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스카이72 쪽은 ‘토지주일 뿐인 공항공사가 단전·단수와 진입도로 폐쇄 등의 물리적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업무방해 행위’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스카이72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부동산 인도 소송, 협의 의무 확인의 소송을 진행 중으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앞으로의 일을 진행해 달라”며 “공기업이 법을 뛰어넘어 민간기업을 위협하는 행위는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공사와 스카이72 쪽은 2005년 2월 인천공항 제5활주로 예정 터를 포함한 364만㎡의 땅을 임대·임차하는 내용의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스카이72 쪽이 이 터에 골프장 시설을 조성하고 제5활주로 착공 공사 시작 전인 2020년 연말까지 15년간 사용한 뒤 소유권을 공사에 인계하거나 철거하기로 하되, 지상물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2021년 착공 예정이던 제5활주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스카이72 쪽은 임대기간 산정의 가장 큰 전제였던 제5활주로 착공 시기가 바뀐 만큼, 임대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