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에서 발생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를 이틀 앞둔 2019년 10월28일,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 세워진 위령비와 희생자 명판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이정하 기자
1999년 인천 중·고교생 52명을 포함해 57명이 희생된 ‘인현동 화재’ 사건을 기록하는 기억사업이 본격화됐다.
인천시는 ‘인현동 화재’사건을 기록으로 남기는 기억사업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30일 인천 인현동 4층짜리 상가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이 불법 영업 중이던 2층 호프집까지 번지면서 빚어진 사건이다.
당시 화재로 호프집에 있던 중·고교생 52명을 포함해 57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 인천 시내 10여개 고등학교에서 가을축제가 끝나고 뒤풀이하던 청소년들이 화마에 휩쓸려 한꺼번에 희생된 참사였다.
사건 초기 청소년의 일탈로 치부됐던 이 사건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업주의 안전불감증과 불법 대수선 및 영업행위를 눈감아 준 뇌물수수 공무원과 경찰이 연루된 ‘사회 부조리에 의한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이에 인현동 화재사건 유족회와 지역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참사 관련 미공개 행정자료와 증인 진술 등의 공적인 자료뿐 아니라 유족의 기억, 희생자 유품 등을 수집해 ‘공적 기록물’로 남겨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시는 인현동 화재사건이 청소년의 일탈 문제로 축소·왜곡된 기억을 사실을 토대로 재조명해 지역구성원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공적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당시 사건을 바로 이해하고 시민의 안전과 청소년 인권이 보장되는 지역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이달 중 유족 및 부상자, 목격자, 청소년 그룹별로 인터뷰 대상자를 모집하고, 다음달부터 구술 및 영상기록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 연말께 책자와 영상을 통한 기록물도 발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사회적 참사와 관련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은 지역공동체를 더 공고하게 하고, 아픈 기억을 유족에게 전가하지 않고 함께 공적기억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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