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 30대 여성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한 농수로. 연합뉴스
인천 강화도의 한 농수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이 4개월 전 남동생에게 피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한 20대 남성 ㄱ씨의 범행 시점을 지난해 12월로 파악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체포한 ㄱ씨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12월 중순쯤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살해한 것으로 확인했다.
ㄱ씨는 10일간 해당 아파트 옥상에 누나의 주검을 숨겼다가 지난해 12월 말께 차량으로 주검을 운반해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나와 성격이 안맞아 평소에도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면서 “범행 당일에도 누나가 잔소리를 하면서 실랑이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러나 범행 이후 ㄱ씨의 행적과 20여차례 흉기를 휘두른 점 등에 비춰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ㄱ씨가 누나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출금한 정황이 발견됐고,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누나 명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사용한 흔적도 파악됐다. 경찰은 ㄱ씨 범행 이후 이런 행동이 살인 동기 등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들 남매의 어머니는 지난 2월14일 경찰에 “딸이 행방이 묘연하다”며 가출신고를 냈으나, ㄱ씨가 누나로 위장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이달 5일 가출신고를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ㄱ씨는 누나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남자 친구와 함께 있으니 걱정말라”며 어머니를 안심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범행을 자백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를 거쳐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확인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ㄱ씨의 누나는 지난 21일 오후 2시13분께 강화도 삼산면 농수로에서 흉기에 20여 차례 찔려 숨진 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주검을 부검한 뒤 “사인은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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