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인천 송도 신항 인근 한 공터에서 경찰이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살해된 뒤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의 주검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살해된 뒤 유기된 40대 손님이 사망 전 업주와 술값 시비로 승강이하는 과정에서 112에 직접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인천경찰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22일 오전 2시5분께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 있는 한 노래주점에서 40대 손님 ㄱ씨가 술값 문제로 112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ㄱ씨는 “술값을 못 냈다”며 횡성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위치를 물었으나 ㄱ씨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ㄱ씨가 누군가에게 욕설을 하는 소리도 녹음됐다. 상대방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신고 녹음 분량은 1분20초가량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찰청 112상황실은 그러나 ㄱ씨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관할 경찰서인 인천 중부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근무자는 긴급하거나 생명에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아 지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상황실 근무자가 지인 간의 술값 문제로 주고받는 대화 정도의 신고 내용으로, 위급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미흡한 대처가 있었는지 들여다 보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ㄱ씨의 아버지가 “21일 외출한 아들이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달 3일에서야 강력사건으로 전환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주점 출입구 3곳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ㄱ씨가 들어오는 장면은 있었지만 나가는 장면이 없는 점을 알고도 닷새 가까이 단순 실종으로 보고, 수사한 것이다.
인천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은 강력 사건으로 전환된 뒤 ㄱ씨가 신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뒤늦게 김병구 청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ㄱ씨는 112신고 당시 술집 업주 30대 ㄴ씨와 술값 문제로 승강이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22일 만인 이날 오전 8시30분께 ㄱ씨를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혐의로 ㄴ씨를 인천 자택에서 체포했다.
강력 사건 전환 뒤 현장 정밀감식 결과, 노래주점 내부에서는 ㄱ씨의 혈흔과 인체 미세조직이 발견됐다. 또 ㄴ씨가 당일 오후 6시24분께 노래주점 인근 마트에 들러 14ℓ짜리 락스 한 통, 75ℓ짜리 쓰레기봉투 10장, 테이프 2개 등을 산 사실도 확인됐다.
ㄱ씨의 주검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ㄴ씨의 행적을 조사해 인천 송도 신항 인근에 주검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부터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다. 출입구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에서도 ㄴ씨가 커다란 짐꾸러미를 옮기는 장면도 포착됐다.
ㄴ씨는 경찰에서 “ㄱ씨가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다가 나갔고, 이후 기억나지 않는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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