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모집·유통 한 조직이 ‘의류 땡처리 행사’ 등에 대포통장을 활용해 부가가치세를 포탈했다. 인천지검 제공
노숙인 등으로부터 대포통장을 사들여 세금 포탈과 불법도박, 자금세탁 등의 범죄에 활용한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강력범죄형사부(부장 문영권)는 범죄단체조직 가입 활동 등의 혐의로 총책 ㄱ(5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도주한 유령법인 통장 모집책 ㄴ(52)씨 등 3명을 지명수배했다.
ㄱ씨 등은 2015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대포통장을 모집·유통하고, 이를 2차 범죄에 활용한 범죄 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노숙인 등에게 개당 50만~150만원을 주고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했다.
개설한 대포통장은 ‘의류 땡처리 행사장’에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데 사용됐다.
이들은 ‘창고 대방출, 폐업 정리’ 등 명목의 행사를 주최하고, 유령법인 명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수익금을 빼돌리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고 다음 유령법인으로 넘기는 방식을 썼다. 이들이 2년간 과세를 피한 부가가치세만 모두 41억원에 이른다.
또 비슷한 기간 1010억원 규모의 도박성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대포통장을 충전계좌로 이용했다. 이들은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 운영을 통해 약 10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연매출 97억원에 달하는 중견 의류회사를 인수해 이같은 범죄 조직을 숨기는 동시에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4월 경찰로부터 단순 대포통장 양도사건을 송치받아 조직적 대포통장 유통과 이를 이용한 2차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범죄수익을 공유한 사실을 확인한 뒤 형법상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까지 적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의 사무실에서 현금 2억7000만원과 금·은괴(시가 1억5000만원 상당)을 압수하는 한편,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한 유령법인 86개에 대해 해산명령도 청구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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