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493번지 일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부친 명의의 땅. 최예린 기자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세종시에 있는 윤 의원 부친 명의의 땅이 매입 당시보다 최대 2배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세종시 개발로 인한 자연스러운 땅값 상승”이라면서도 입지가 좋지 않은 땅을 왜 3000평이나 샀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6일 <한겨레>가 현장을 가보니, 이 땅은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가장 안쪽에 산으로 둘러싸인 벼논이었다. 논 앞으로는 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의 좁은 도로가 나 있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의원 부친은 2016년 3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493번지 일대 1만871㎡(약 3288평)를 8억2200만원에 사들였다. 평(3.3㎡)당 매입가는 25만원이다. 그런데 현재는 평당 최대 50만∼60만원 수준으로, 2배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의면 중심부에서 활동하는 부동산중개업자 ㄱ씨는 “지금 해당 땅을 판다면 최대 50만∼60만원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 ㄴ씨는 “이 땅을 지금 판다면 30만~50만원 정도 부를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땅값 상승 기대감 속에 실제 거래는 많지 않아 정확한 시가는 파악이 어려웠다.
신방리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김아무개씨(74)는 “이 동네 땅값이 몇년 사이 오르긴 했다”며 “웬만한 땅은 2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마을주민 민아무개(65)씨도 “나는 여기 땅이 없지만, 이쪽 땅값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큰 도로 쪽은 1평당 100만원씩 부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마을주민들은 땅값이 오른 이유는 인근 산업단지 지정 여파라기보다는 ‘세종시 땅값 전체가 올라서’라고 입을 모았다. 이 마을에서 2㎞가량 떨어져 있는 세종 복합일반산업단지는 개발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 후보지인 연서면 와촌·부동리 일원도 윤 의원 부친 땅이 있는 전의면 신방리와는 약 20㎞ 떨어져 있다. 부동산중개업자 ㄱ씨는 “그 땅은 앞으로 큰 도로가 지나지도 않고, 개발관리지역이지만 공장 등으로 개발하기엔 입지도 좋지 않다. 투자 목적이었다면 땅을 잘못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윤 의원 부친이 3000평이 넘는 땅을 산 이유를 두고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의원 부친(1936년생)은 서울에 생활 터전이 있는데다, 매입 당시 80세로 경작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자 ㄷ씨는 “단순히 집을 지어 농사짓고 살 목적으로 그렇게 넓은 땅을 샀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당시) 외지 사람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세종 땅을 많이 샀는데, 그런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윤 의원 부친은 땅을 산 뒤 실제 농사는 짓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신방리 주민 송아무개(61)씨는 “(윤 의원 부친으로 매입했다는 땅 주인이) 1년에 2∼3번 마을을 찾아왔다. 공기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살고 싶어 왔다고 했는데, 2∼3년 전 부인이 아파 못 올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더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