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21일 충북도청에서 청남대, 대청호 난개발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오윤주 기자
충북 환경단체가 옛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개방된 청남대 개발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변 대청호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김영환 충북지사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김 지사는 ‘청남대에서 라면 한 그릇’을 호소했지만, 환경단체는 ‘라면 먹으려다 청남대 가치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21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남대 개발과 대청호 규제 완화는 대청호 주변 수많은 개발 기대 수요를 자극해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대청호 식수원을 보호해야 할 자치단체장이 수익을 위해 규제 완화와 개발에 앞장서면 대청호 난개발을 막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청남대 가치 하락도 우려한다. 이들은 “청남대는 식수원 대청호 변이라는 자연환경과 대통령 별장이라는 역사·시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풀고 막개발에 나서면 청남대 가치는 떨어지고,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충북의 호수 자원을 소재로 지역 관광·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려는 뜻에서 세운 자신의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공약 실현의 1번지로 청남대를 꼽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남대는 중국 자금성,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보다 아름답다. 청남대를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며 “하지만 구태의연한 규제 탓에 과거에 머물고 있다. 청남대에서 커피 한잔, 라면 한 그릇 먹게 해달라”고 말했다. 청남대를 포함한 대청호는 상수원보호구역인 터라 이 곳에선 음식 조리는 물론 행락·야영·야외 취사행위를 할 수 없다.
김 지사 호소 뒤인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남대를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규제 위주의 환경정책보다 과학기술로 수질을 관리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청남대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상을 논의하라. 유스호스텔, 수질오염과 관련 없는 전기동력선·수소선 등을 대청호에 띄우는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전기동력선은 민선 5~7기 동안 옥천에서 논의됐지만 대청호 오염을 우려해 환경부가 쉽게 허가하지 않고 있다. 즉흥적으로 문제를 처리하지 말고 청남대와 대청호를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라”고 제안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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