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충북지부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정당 등이 10일 오전 충북도청 앞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의 ‘친일파’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친일파가 되련다”고 한 김영환 충북지사의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시민단체 등의 규탄이 잇따르고, 공직사회마저 반발한다.
광복회 충북지부, 충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정당 등 단체 11곳은 10일 충북도청 앞에서 ‘친일파 망언’ 김영환 충북지사 사죄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김 지사는 도민에게 씻을 수 없는 모멸감과 상처를 안긴 ‘친일파 망언’에 관해 백배사죄하라”며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애국적 결단’이라 추앙하고, 스스로 친일파가 되겠다고 선언한 추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내용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 김 지사는 글에서 “윤 대통령은 지고도 이기는 길을 가고 있다. 일본의 사과와 참회를 요구하고 구걸하지 마라. 그것은 구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다”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박진 장관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한다. 왜 이리 이 나라에는 애국자들이 많은가. 내 마음이 훈훈하다”고도 했다.
김 지사의 글·영상엔 10일 오후 3시까지 댓글 360여개가 달렸다. ‘이런 사람이 도지사라는 게 참…’, ‘제정신이 아니네 이거’ 등 비판과 ‘동감·공감이다’,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등 지지로 나뉘었다. 김 지사는 9일 다시 페이스북에 ‘오늘은 죽창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란 글을 올려 ”저의 애국심을 걱정하는 도민들을 존중합니다. 저 같은 사람 소리도 경청해 주십시오”라고 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김 지사는 오는 16일 김태흠 충남지사와 교환 근무 형태로 충남도청에서 일일 명예 지사로 일할 계획인데, 충청남도공무원노동조합(충남도 공무원 노조)이 반기를 들었다. 최정희 충남도 공무원 노조위원장은 “13일 오전 충남도에 김 지사 일일 명예 지사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올릴 계획이다. 만일 강행하면 몸으로라도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친일파를 자처하는 사람에게 특강을 들을 이유도, 업무보고를 할 이유도 없다”며 “애국 충절의 고장 충남의 후예로서 독립운동가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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