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향을 맘에 담고 있었어요. 고향의 어려운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요.”
지난달 31일 오후 4시께 두 남성이 충북 괴산군 청안면 행정복지센터에 들어섰다. 반바지에 셔츠 차림의 남성은 60대 초반으로 단정해 보였다. 신은숙 청안면 맞춤형복지팀장이 이들을 맞았다. 둘은 친구 사이라고 했다. 한 남성은 대뜸 “고향의 어려운 분들 돕고 싶다”고 했다. 신 팀장은 이들에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기부 방법·기부처 등을 안내했다. 이에 한 남성은 “복잡한 것 싫고, 계좌 일러 주면 입금하겠다”고 했다. 신 팀장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를 안내하자 휴대전화로 500만원을 입금했다. 능숙하게 입금을 끝낸 그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업을 했는데 나름 살만해졌다. 언젠가 고향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신 팀장은 이름, 직업, 사는 곳 등을 물었다. 이에 그는 “많지 않은 돈이고, 누구에게 알리고 싶지도, 이름을 남기고 싶지도 않으니 묻지 말라”고 했다. 신 팀장은 기부할 대상 등을 물었지만, 그는 “알아서 해 달라”고 했다.
이어 신 팀장이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 영수증 발행, 연말정산 세제 혜택 등을 세세하게 설명했지만, 그는 끝내 손사래를 쳤다. 옆에 있던 친구도 “연말정산 세제 혜택받는 게 좋겠다”고 거들었지만,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 청안면 행정복지센터를 나서면서 “날 상당히 더우니 나오지 마시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신 팀장은 “홀린 듯 15~20분 남짓 그분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저한텐 올해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며 “그분의 뜻대로 지역 기초생계수급자 가운데 홀몸노인·장애가정 등 10곳에 50만원씩 성금을 건넬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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