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스웨덴 스카우트 대원들이 숙소로 지정된 천안 백석대에 도착하고 있다. 홍성 혜전대는 예멘 대원들 숙소로 지정돼 준비했으나 예멘은 이번 대회에 불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는 해프닝을 빚었다. 백석대 제공
“입국을 안 했다는 통보를 받은 게 밤 11시였어요. 뷔페 음식은 다 버렸죠.”
충남 홍성 혜전대학교 관계자들은 8일 하루를 귀신에 홀린 것 같이 정신없이 보냈다고 밝혔다. 해프닝의 시작은 지난 7일 밤 충청남도 관계자가 이 학교 기숙사팀에 전화해 “새만금에서 철수한 스카우트 대원들 숙소가 필요하다. 기숙사 수용인원이 몇 명이냐”고 물으면서 비롯됐다. 이 학교 생활관(기숙사)은 288명 규모다. 학교 쪽은 여학생 200명, 남학생 70여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8일 오전 9시께 충남도와 홍성군은 ‘예멘 스카우트 대원 175명이 입실할 예정이니 준비하라’고 알려왔다. 대학 쪽은 비어있던 생활관을 청소하는 등 급작스러운 손님맞이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그 사이 소방서는 소방안전점검을 했고, 보건소는 소독을 했다. 충남도는 난감해하는 학교 쪽에 “숙소와 식사만 맡아 주면 프로그램 등은 우리가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식사였다. 방학이어서 생활관 식당을 폐쇄한 상황이어서 당장 식재료를 받고 조리 도구를 정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홍성군이 나서 뷔페 음식을 주문했다. 예멘이 이슬람국가라는 점을 고려해 돼지고기 등은 제외하고 새우튀김 등 선호하는 음식으로 식단을 짰다. 출장 음식을 맞추는 데는 200여 만원 정도가 들었다.
학교 쪽은 방 한 개에 4명이 투숙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그런데 오후가 돼도 예멘 스카우트 대원들의 명단이 오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오후 4시가 넘어서도 잼버리조직위원회로부터 예멘 대원들이 언제 도착할지 등을 알려오지 않았다. 인솔자 연락처도 알 수 없었다”며 “대원들이 늦게 도착할 것에 대비해 먼저 식사를 한 뒤 인적 등을 적는 서류를 제출하면 방을 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잼버리조직위원회가 연락한 건 뷔페 음식이 다 식은 뒤인 이날 밤 11시가 다 된 시점이었다고 한다. 이 학교 학생과 쪽은 9일 “이아무개라는 분이 전화해 ‘예멘 대원들은 입국하지 않았다’고 알려 왔다. 허탈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조직위 관계자의 전화는 간단했고 사과는 없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음식은 손도 못 대고 폐기됐다.
이동유 충남도 자치행정과장은 “조직위가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입국도 안 한 국가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해 달라는 요청을 했겠냐. 접수 명단이 아니라 사전에 각국이 제출한 참가신청 명단으로 숙소를 배정한 것 같다”며 “8일은 충남으로 온다는 국가와 인원이 계속 바뀌는 등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학교와 홍성군이 고생한 걸 생각하면 미안하다는 말도 안 나온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날 경기 고양시 NH인재원에 배정됐던 시리아 대원 80명도 애초에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또한 새만금 야영장 철수가 모두 끝난 8일 밤 10시까지도 대원들이 인재원에 도착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조직위가 경위 파악에 나선 결과 밝혀졌다. NH인재원은 이날 밤 갑작스레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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