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시달리자 지난달 숨진 대전 교사의 유족과 대전교사노조·초등교사노조가 5일 학부모 8명과 학교 관리자 2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달 세상을 등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유족이 교사를 괴롭힌 학부모들과 당시 학교 관리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숨진 교사 ㅅ(42)씨의 유족은 5일 학부모 8명(공무집행방해·사자명예훼손 등 혐의)과 당시 학교의 교장·교감(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고소장을 대전경찰청에 접수했다.
ㅅ교사는 2019년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ㅅ교사가 학생을 훈육한 것을 두고 학부모가 ‘아이를 망신 줘 정서적 학대를 했다’며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은 4년 동안 이어졌다. 결국 ㅅ교사는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5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과 대전교사노조·초등교사노조는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 자녀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교사의 올바른 교육 활동을 방해하고 악의적인 민원을 넣으며 고인을 모욕하는 언사를 지속하는 행위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 도움을 청하는 교사를 외면하고 정상적인 교육 활동보다 본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한 학교와 관리자의 태만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의 기록을 살펴보고 증언을 수집한 결과 선생님은 생애 마지막 4년 동안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며 “정당한 교육 활동을 지속해서 방해받으며 학교폭력과 아동학대의 가해자라는 고통스러운 이름을 달고 살았던 고인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 악성 민원을 넣은 학부모와 보신주의로 일관한 관리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제의 학부모들이 온라인상에서 피해 교사를 아동학대 가해자인 것처럼 서술하는 등 고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ㅅ교사의 남편은 “(이 사건과 관련한) 사적인 제재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걸 안다. 공적 시스템인 사법기관에서 엄정하고 정의로운 심판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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