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엠에스 정명석 교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화면 갈무리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이엠에스(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나상훈)은 22일 준강간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정씨에겐 10년간 신상정보공개·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앞서 검찰은 정씨에게 징역 30년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을 메시아라 칭한 적이 없고 신도들의 자유로운 행위였다고 주장하나 예배와 행사 동영상 등에서 자기 스스로 메시아라 칭한 것이 확인됐고, 피해자들이 탈퇴 전 작성한 메모·일기장 등과 교리 내용을 볼 때 반항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판단된다. 순종하던 여성 신도들의 인적 신뢰와 심신미약 상태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10년 징역을 살고서도 또 동종 범행을 여러 차례 저지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는 의도로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의 신도 ㄱ(29)씨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8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다른 외국인 신도 ㄴ(30)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ㄱ·ㄴ씨를 포함해 현재까지 정씨를 성추행·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한 여성은 21명에 달한다.
앞서 정씨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제이엠에스 2인자 김아무개(44·가명 정조은)씨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다른 교회 간부 3명에게도 1년 6개월∼3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2인자 김씨는 피해자인 ㄱ씨에게 잠옷을 건네주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했고, 다른 간부는 ㄱ씨가 정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호소하자 ‘그것이 하나님의 극적인 사랑’이라며 ㄱ씨를 월명동 수련원으로 데려온 뒤 정씨가 범행하는 동안 근처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정씨는 자신을 메시아라고 칭하며 신도들을 세뇌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정씨는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여성 신도 4명을 성폭행·성추행한 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했는데, 출소하자마자 다시 범행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2인자 김씨를 비롯해 여러 명의 제이엠에스 관계자들이 정씨의 범행과 은폐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을 앞두고 일각에선 제이엠에스 관계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형법 제114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의 범행을 ‘조직적’이라고 보면서도 “제이엠에스가 범죄를 공동으로 행할 목적으로 조직해 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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