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숨진 이주노동자는 동료가 화장실에 간 사이 일을 대신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공정에 단 한명의 노동자만 배치한 공장 인력 운용이 빚은 참사였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31일 “사고 난 공장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각 공정을 1명씩 맡아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34)씨가 사고 당시 자동화된 자동차 부품 생산공정에서 나온 제품을 옮기는 일을 했는데, 옆 공정을 맡았던 동료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혼자 동료 노동자의 일까지 대신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각 공정을 1명씩 맡아 일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공정에 있는 동료 몫까지 혼자서 해야 했고,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ㄱ씨는 혼자 일하면서 위험 상황에 놓였지만 도움을 청할 데가 없었다. 카자흐스탄 국적인 ㄱ씨는 지난 29일 오전 9시29분께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사고 뒤 ㄱ씨는 한동안 방치돼 있었는데, 다른 공정에서 일하던 동료 노동자가 ㄱ씨를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이 현장 나가 조사하고 있다. 목격자와 ㄱ씨 주변 동료들, 업체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위험한 작업은 2인1조로 근무하도록 강제해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모든 공정에 노동자가 1명씩 배치돼 혼자 옆 공정 일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면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 이런 일이 일상적이었다면 더 큰 문제”라며 “특히 이주노동자는 이런 사고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사업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30일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특별감독을 하기로 했다. 노동부 울산지청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체 공정에 1차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감독도 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도 지난 24일 일용직 노동자 ㄱ(55)씨가 무게 300㎏짜리 철판 구조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숨진 일이 벌어진 인천시 남동구 남동공단 한국콘베어공업㈜ 사업장에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한다고 밝혔다.
최예린 신동명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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