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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삼척 산불 영향구역 밤새 2배로…강풍 속 대대적 진화 작업중

등록 2022-03-05 10:03수정 2022-03-05 11:30

6066㏊로 확대…축구장 8496개 면적
강릉·영월 등에도 산불 발생
소방청, 전국에 화재위험경보 ‘심각’ 발령
4일 경북 울진군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시까지 번진 가운데 삼척 원덕읍 고적마을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삼척시 제공
4일 경북 울진군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시까지 번진 가운데 삼척 원덕읍 고적마을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삼척시 제공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 삼척까지 번지고, 강릉과 영월 등에도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산림 당국이 일출과 함께 진화 헬기와 장비 등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5일 오전 5시30분부터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소방동원령은 대형 화재나 사고, 재난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부족한 소방력을 다른 지역에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소방력 동원 규모에 따라 1호(당번 소방력의 5%), 2호(10%), 3호(20%) 순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이날 해가 뜨자마자 울진과 삼척에 산림청 헬기 29대, 군 헬기 18대, 소방헬기 7대, 경찰 헬기 2대, 국립공원 헬기 1대 등 57대를 투입했다. 또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군장병, 경찰 등 산불 진화인력 1200여명도 활동에 들어갔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산불 구역이 너무 넓어서 오전 내 주불 진화가 어렵기 때문에 오전 목표를 남하하는 화선 제압으로 잡았다"며 "오늘 일몰까지 모든 화선을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불 영향구역 밤새 2배 늘어…비 소식은 일주일 뒤

앞으로도 대기가 매우 건조할 것으로 보여 진화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당분간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다”라고 이날 예보했다. 울진과 삼척엔 건조특보 중에 단계가 높은 건조경보가 발령돼 있다. 해갈을 도울 비 소식은 일주일 뒤인 13일에야 있다. 대기가 건조한데 바람까지 거센 상태다. 산불이 난 울진·삼척 등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이번 산불의 영향구역은 6066㏊로 확대됐다. 울진이 5570㏊, 삼척이 496㏊다. 이는 축구장(0.714㏊) 8496개 면적으로 최근 10년 이내 최대 피해 규모다. 전날 밤 산불 피해 규모는 3300㏊로 추산됐으나, 밤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산불 영향구역은 산불로 실제 탄 곳만이 아니라 연기, 재 등으로 피해받는 지역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실제 피해 면적과는 차이가 있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울진에서만 주택 등 158곳이 피해를 봤다. 산불 영향구역에 있는 마을 35곳 주민 6126명은 지난밤 대피를 했다가, 일부는 복귀한 상태다. 현재 확인된 대피 주민은 673명으로, 마을회관과 체육시설 등 총 10곳에 머물고 있다. 울진과 삼척 사이 7번 국도는 여전히 통제된 상황이다.

문 대통령 “인명 피해 방지와 시설 보호 만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강원과 경북, 서울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밤새 인명 피해가 없었고,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기지와 한울원전 등 핵심시설이 안전하게 보호돼 다행”이라며 “산불 종료 시까지 인명피해 방지와 핵심시설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조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재민이 다수 발생했으니 이재민 지원에 각별하게 신경 써 신속하게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울진·삼척 산불은 전날 오전 11시17분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삼척까지 번졌다. 산불이 2개 시·도에 걸쳐 진행됨에 따라 산불현장 통합지휘가 경북도지사에서 산림청장으로 넘어갔다.

밤새 울진군 북면과 삼척시 원덕읍에는 불이 꺼지지 않은 채 계속 타올랐다. 산림 당국은 해가 진 이후에는 헬기를 투입할 수 없어 한울원전 부근과 삼척 엘엔지(LNG) 저장소 주변에 산불진화대원을 배치해 인명과 주요시설물 보호에 집중했다.

소방당국이 강릉시 옥계에 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강릉시 제공
소방당국이 강릉시 옥계에 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강릉시 제공

재난사태 선포…전국 화재위험경보 ‘심각’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경북과 강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그동안 재난사태는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 산불,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 2019년 4월 강원 산불에 선포됐으며, 이번이 4번째다.

강원도에서는 삼척뿐 아니라 강릉에서도 4일 오후 10시20분께 성산면 송암리 영동고속도로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났고, 5일 새벽 1시20분께 옥계면 남양리에서도 불이 났다. 또 4일 낮 12시45분께 영월군 김삿갓면 외룡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강릉 옥계에서 난 산불은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동해 망상으로까지 번지는 등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산불이 동해까지 번지면서 5일 오전 8시부터 동해고속도로 옥계 나들목∼동해 나들목 14.9㎞ 구간이 전면 통제됐다.

한편, 건조하고 강풍이 심한 날씨가 이어지자 소방청이 전국에 화재위험경보 가운데 가장 높은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지역 소방본부가 일부 지역에 ‘심각’ 경보를 발령한 적은 있지만, 소방청 차원에서 전국에 화재위험경보 ‘심각’을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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