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군수님’ 집무실은 몇층에 두는 게 좋을까?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일부 단체장들이 집무실을 속속 이전하고 있다. 소통 강화를 내걸며 청사 1층으로 옮긴 곳도, 반대로 일반인은 접근이 어려운 고층이나 다른 건물로 이동한 곳도 있다. 이전 장소와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집무실 이전 비용 마련부터 민원인 불편에 이르기까지 잡음도 인다. 매일 출입기자들과 ‘약식회견’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흉내 내려다가 빈축을 산 단체장도 있다.
김명기 강원 횡성군수는 취임 첫날인 지난 1일부터 새로 마련한 1층 집무실로 출근한다. 원래 군수실은 2층에 있었다. ‘군수실 1층 이전’은 소통 행정을 앞세운 김 군수의 1호 공약이었다.
경기 성남시는 신상진 시장 취임에 맞춰 청사 2층에 있던 시장실을 4층으로 이전했다. 새로 조성된 4층 시장실 안에서 작업자들이 이전 준비 작업을 하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집무실 이전에 따른 숨겨진 비용도 속속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사 1층에 시장 집무실과 접견실, 비서실까지 126㎡의 공간을 마련하다 보니 각종 민원 관련 부서는 줄줄이 다른 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집무실 이전에 따른 연쇄이동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청사 1층에 문을 연 원주세무서 횡성민원실은 집무실 이전 소동으로 이달 말까지 운영을 일시 중단 중이다. 집무실 이전에 들인 예산만 1억7천만원에 이르다 보니 ‘누구를 위한 집무실 이전인가’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백오인 횡성군의원은 “집무실이 1층에 있어야만 꼭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집무실 이전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은호 경기 군포시장이 지난 1일 청사 2층에 있던 집무실을 1층으로 옮긴 뒤 처음 출근하는 모습. 군포시 제공
하은호 경기 군포시장도 집무실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긴 경우다. 공약이었다는 점부터 소통 강화가 목적이었다는 점까지 횡성군 사례와 같다. 나아가 ‘실효성 논란’이 인 것까지 판박이다. 하 시장은 “(실효성 논란을 알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좀 더 가까이에서 최대한 진솔한 자세로 경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시장실 이전의 참뜻”이라고 말했다.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따라 하기 논란에 휩싸였다. 권 시장은 윤 대통령처럼 집무실 이전(2층→1층)뿐만 아니라 매일 시장실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과의 ‘약식회견’도 기획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달리 안동시청에는 상주하는 기자들이 없어 이 구상은 무산됐다.
집무실을 더 높은 곳으로 옮겨 논란에 휩싸인 단체장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중구 동인동 청사(옛 본관) 2층에서 북구 산격동 청사(옛 별관) 3층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별관은 본관과 달리 울타리가 있는데다 대로변에서 거리도 멀어 시민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런 까닭에 홍 시장이 각종 민원인의 시위와 소음 등을 피해 ‘조용한’ 곳으로 집무실을 옮겼다는 뒷말도 나온다.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은 집무실을 청사 2층에서 4층으로 옮겼다. 2009년 11월 개청한 시청사 건립 당시 지상 1~3층은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4층 이상은 업무 공간으로 설계된 점을 고려했다는 게 신 시장의 설명이다. 이전에 5천만원이 들었다.
집무실 이전은 앞으로도 줄을 잇는다. 원강수 강원 원주시장은 현재 7층 집무실을 경로장애인과가 있는 1층으로 옮길 계획이다. 오는 11월께 1층 집무실이 완공된다.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도 8층에서 3층으로 집무실을 옮긴다. 최 군수의 1호 결재도 다름 아닌 ‘군수실 이전 시행 계획’이었다.
경기 성남시는 신상진 시장 취임에 맞춰 청사 2층에 있던 시장실을 4층으로 이전했다. 새로 조성된 4층 시장실 안에서 작업자들이 이전 준비 작업을 하던 모습. 연합뉴스
장동엽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사무국장은 “급하게 집무실을 이전하면 예산 낭비나 민원인 불편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소통이 목적이라면 집무실 이전에 앞서 소통의 형식과 내용부터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박수혁 김규현 김기성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