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됐던 새해맞이 행사가 3년 만에 전국 곳곳에서 재개된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여파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자체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경찰청은 전국 354곳에서 126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넘이·타종·해맞이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고, 일선 경찰과 기동대 등 1만명을 투입해 안전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울산시 울주군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간절곶 해맞이 행사를 연다. 간절곶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새해 일출을 맞이할 수 있는 곳으로 이번 일출 시각은 아침 7시31분이다. 울주군은 3년 만의 해맞이 행사 개최로 방문객이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행사 개최를 결정했지만 인파 관리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울주군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1479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남해안 대표 일출 명소인 전남 여수 향일암에서도 새해 첫날 일출제 준비로 분주하다. 여수시는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되는 일출제에 많은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오동도와 무술목 등 여수시 일출 명소 18곳에서 동시에 일출제를 열어 방문객 분산을 유도하는 대책을 내놨다.
동해안의 또다른 해맞이 명소인 강원 강릉시의 경포해변과 정동진에서도 3년 만에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강릉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백사장이 깎여 나간 해안침식 지대와 높은 파도가 칠 때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방파제 등 12곳에 인력을 배치해 접근 자체를 통제할 계획이다.
부산 곳곳에서도 다채로운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해운대구는 행사를 앞두고 경찰 등과 함께 합동훈련을 3차례나 진행했다. 전문 의료진과 자체 안전관리 요원 300여명도 배치된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 지하철 무정차 운행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해맞이 당일 13곳에 5만6000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해맞이 행사를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안전사고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안전사고와 코로나19 재유행 등의 우려 때문에 행사 자체를 취소한 지자체도 상당수다. 경북 포항시는 3년 만에 개최하려던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 축전’ 취소를 결정했다. 일출 명소인 호미곶에 많은 인파가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종 행사까지 강행하면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전남의 지자체들도 해맞이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완도군은 다도해일출공원에서 열 예정이었던 ‘청정완도 해맞이 행사’를 취소한 것도 모자라 안전상 위험이 있는 봉수대와 일출공원 화장실 뒤 잔디밭은 폐쇄하고, 완도타워는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진도군도 31일 지산면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해넘이 행사를, 새해 첫날 진도타워·가계해변·첨찰산·조도등대 등 5곳에서 해맞이 행사를 열 예정이었지만 모두 취소했다. 땅끝마을 해넘이·해맞이 행사를 준비했던 해남군과 충남 서해의 대표 해넘이·해맞이 장소인 당진 왜목마을 등도 올해 행사를 백지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용산구청장 구속 등 이태원 참사 이후 많은 인원이 밀집하는 행사 자체가 지자체에 큰 부담이 되면서 행사 주최는 어떻게든 피하려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박수혁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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