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강문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채빈(38)씨가 1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근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지역 상인들이 발 벗고 나서 피해 주민들과 소방관 등에게 무료로 커피와 대피 장소를 제공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강릉시 강문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채빈(38)씨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방관 및 경찰관 등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씨는 또 화재 피해로 대피공간이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고도 적었다.
이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화재가 심해 돈을 벌겠다고 장사를 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아 남편이랑 상의해서 작은 도움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오전에 경찰관 10여명이 와서 무료로 과자와 커피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는 이씨 남편은 이날 카페 영업 대신 산불 현장에 나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이씨의 가족 또한 집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는 “오늘 화재로 시어머니 집과 그 주변이 다 탔다. 나와 가까운 이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라며 “현장에 나가신 분들과 주민들 모두 힘든 상황인데 큰 피해 없이 화재가 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시 유천동에서 반려견 동반 카페를 운영하는 신아무개(30)씨 또한 이날 에스엔에스에 화재 피해 주민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신씨는 “(지자체 등에서 마련한) 대피소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으면 눈치가 보일 수 있으니 편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렸다”며 “화재 피해가 심각한 상황인데 주민들이 아무 부담 없이 와서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8시22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면서 민가로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다. 소방청은 이날 낮 12시45분 기준 주택과 펜션 등 40채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이날 오전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한 상태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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