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이 24일 오전 강원연구원 아침공부포럼에 강사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강원연구원 제공
전과자와 극우 성향 인사를 잇달아 강사로 불러 구설에 오른 강원연구원이 이번엔 친일 논란이 제기된 인사를 강사로 불러 비판을 받고 있다.
강원연구원은 24일 오전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을 초청해 ‘건국대통령 이승만, 제대로 알자’를 주제로 ‘제11회 아침공부포럼’을 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이 교장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미래를 개척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현실주의자이며, 한국인들이 자유의 길, 근대국가를 세우기 위한 중심에 있던 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원연구원이 이 교장을 강사로 초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강원연구원은 극우보수인사와 전과자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극우 친일 뉴라이트 학자인 이 교장은 ‘정신대가 조선총독부의 강제동원이 아니라 한국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상업적 공창’이라는 망언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모욕했고, 일제 식민 통치를 찬양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극우 친일 학자”라고 지적했다.
또 “인사청문회 때부터 정치적 편향성과 자격·자질 논란을 빚은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이 취임 후 매월 개최하는 아침공부포럼 강사들의 면면이 목불인견이다. 강원도 중·장기 개발전략 수립 등을 위해 설립한 싱크탱크인 강원연구원이 극우보수인사들의 정치탱크로 전락하고 있다. 현 원장은 친일 인사인 이 교장 초청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현진권 원장은 극우정치 중단하고 연구에 매진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이영훈 교장은 일제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 사실을 한국의 억지 논리라고 주장한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는 측근의 독단적인 행위이며, 이 전 대통령은 연관이 없다는 태도도 보인다”고 비판했다.
윤민섭 정의당 강원도당 위원장 직무대행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돼 온 국민의 반대 여론이 들끓는 날 연구원은 친일 인사를 초청해 강연하는 등 포럼 참여자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했다. 왜곡된 역사 공부를 중단하고, 연구원 설립목적인 지역단위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연구원의 아침공부포럼 강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회때는 뉴라이트 성향의 박지향 교수, 2회는 군사독재를 미화했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학사 특혜를 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을 강사로 불렀다. 4회 때는 아산정책연구원장 재직시 예산 10억원을 빼돌려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고 자녀 유학비로 쓰는 등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은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을 초청했다. 8회 때도 “한국은 친일청산 할 것이 없다”, “좌파 나라를 만드는 데 지장이 되면 친일파”, “5·18 헬기 사격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등 부적절한 역사인식을 드러내 비판을 받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을 강사로 초청했다.
이에 대해 강원연구원 쪽은 “이번 강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해방 이후 한반도 신탁통치 찬반의 혼란기를 재조명하는 시간이었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제 식민 통치 찬양이나 식민지 근대화론 등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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