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원 전 원주영상미디어센터장이 아카데미극장 철거에 반대해 15일째 단식하는 가운데 4일 오전 단체·개인들이 강원도 원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주시에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철거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 제공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반대하며 변해원 전 원주영상미디어센터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한 지 15일째를 맞은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등까지 나서서 시민여론조사를 통한 철거 여부 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변해원 전 센터장의 건강을 염려하고 아카데미 철거 여부 여론조사를 촉구하는 단체·개인들은 4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주시는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철거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현찬 강원기독교교회협의회장, 박준영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조원영 우리들문제연구소 대표, 김현숙 원주여성민우회 대표 등 50여명과 전국대학노조 상지대지부 등의 단체들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원주의 모든 정책을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하게 갈등이 존재하는 사안에 대해 여론조사만큼 시민의 생각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도시를 허물고 다시 짓기는 쉽지만 그 과정에 도시의 역사와 자산 또한 사라진다.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극장 철거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기 천주교 원주교구 원로 사목은 “아카데미 철거가 강행되면서 시청 앞 단식농성이 이어진 지 벌써 15일이나 됐다. 노숙 단식 농성 중인 변해원 전 센터장의 건강이 걱정이다. 이제는 단식농성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앞서 변해원 전 센터장은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석면 지붕 해체 작업을 마친 뒤 본 건물 철거 준비에 나서자 지난달 20일 시정토론과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한 보존 여부 결정을 호소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 문을 연 단관극장이다. 40년 넘게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극장은 2005년 원주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상륙하자 다음 해인 2006년 문을 닫았다. 극장이 철거 위기를 맞자 이를 안타까워하던 시민들이 중심이 돼 ‘옛 극장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을 지켜야 한다며 보존 활동을 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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