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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강원

골목이 희망이다, 주민이 미래다

등록 2019-07-25 14:46수정 2019-07-25 15:20

7월28~8월11일 정선군 고한읍서
한국 최초 주민 주도 박람회 열려
읍내 골목길 1㎞ 야생화 꽃길 변신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자산 공감대
주민들 하나둘씩 정원 꾸미기 동참
무채색 골목길에 생명력 불어넣어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추진위원회 제공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추진위원회 제공
석탄산업의 부흥과 폐광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탄광촌 골목길이 1㎞에 이르는 화려한 야생화 꽃길로 탈바꿈했다.

‘제1회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가 28일부터 8월11일까지 15일 동안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일대에서 ‘함백산 야생화, 마을에서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탄광촌 골목길과 함백산 야생화의 콜라보(협업)다. 이를 위해 매일같이 일상을 함께하며 전을 부치고 평상에서 함께 막걸리를 나누던 정겨운 골목길이 박람회장으로 변신했다. 박람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로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함백산 만항재의 형형색색 야생화 정원으로 채웠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추진위원회 제공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추진위원회 제공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느 박람회와 태생 자체가 다르다. 일반적인 박람회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꽃 가꾸기와 전시 등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하지만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는 ‘주민’이 이 모든 과정을 도맡아서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최초의 주민 주도’ 골목길 정원박람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고한읍 주민들이 정원박람회를 열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폐광지역을 살리겠다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마을을 다녀갔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전계획과 청사진을 제시했다. 끊임없이 예산도 투입했다. 그 결과 고한읍에는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생겼다. 길은 넓어지고 인근에 새 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관광객은 강원랜드만 드나들 뿐 마을로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상가가 쇠퇴하고 인구가 줄었다. 이웃들이 떠나자 빈집이 즐비한 골목길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주민들의 답이 바로 골목길 정원박람회다. 주민들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아무리 멋지고 좋은 것을 만들어 줘도 주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계속 남지 않는다는 것을, 마을에 큰돈이 투자된다고 해도 주민들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산도, 사업 아이템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을이라는 탄식도 있었지만 오히려 유일하게 남은 골목길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내 집 앞마당을 ‘작지만 예쁜 생활정원’으로 가꾸는 것에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노력하는 만큼 마을이 예뻐지고 깨끗해지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주민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무채색 골목길이 예쁜 꽃길로 변해가자 마을 어르신들도 잊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집 앞 화단 가꾸기에서 시작된 골목길 정원박람회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기획의 산물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뿌려진 씨앗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늘에서 바라 본 고한 마을.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추진위원회 제공
하늘에서 바라 본 고한 마을.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추진위원회 제공
주민들은 폐광 이후 사람들이 떠나 빈집이 즐비한 골목을 주민들이 직접 단장하고 담벼락과 자투리땅을 예쁜 정원으로 가꾸는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찾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박람회처럼 ‘관광객 몇만 명 유치 목표’ 등을 계획으로 갖고 있진 않다. 박람회 결과보다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람회가 끝나더라도 애써 가꾼 정원을 철거하지 않는다. 마을 자산으로 고스란히 남길 계획이다. 박람회가 끝나도 골목길 정원은 계속 만날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가꾼 만큼 조금 서툴지라도 해를 거듭할수록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에서 더욱 풍성한 정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이유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안내도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관계자는 “골목길 정원은 주민이 직접 애정을 갖고 가꾸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골목길이 아름답게 물들면 그 자체로도 주민들이 행복해질 것이다. 여기에 마을을 찾는 관광객까지 늘면 폐광촌도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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