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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 18번가의 기적…마을이 호텔이다

등록 2019-07-25 15:19수정 2019-07-26 17:14

새 단장을 한 뒤 말끔한 모습으로 태어난 고한 읍내 골목길 풍경. 고한 18번가 마을 만들기 위원회 제공
새 단장을 한 뒤 말끔한 모습으로 태어난 고한 읍내 골목길 풍경. 고한 18번가 마을 만들기 위원회 제공
폐광촌인 강원도 정선의 시골 마을 고한읍 주민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달 말 개막되는 골목길 정원박람회 준비 때문이다.

이 박람회는 국내 최초로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한읍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침체된 마을을 살리기 위해 읍민·정선군·전문가들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폐광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강원랜드를 설립했지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폐·공가는 늘어났다. 주민들은 강원랜드의 화려한 변화가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주민들의 생활공간인 마을과 골목길 살리기는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주민들이 스스로 나선 것이다. 낡은 집과 상가를 새로 단장하고, 마당과 골목길을 정원과 꽃길로 꾸몄다. 함백산에서는 야생화 축제를 열고, 읍내에서는 함백산 야생화를 이용한 골목길 정원박람회로 한단계 발전시킨 것이다.

고한읍의 변화는 고한 18리의 골목에서 우연처럼 시작됐다. 주민들은 18번가 전체를 ‘마을 호텔’로 변신시키고 있다. 기존 호텔은 커다란 한 건물 안에서 자고 먹고 마시고 빨래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이 마을 호텔은 따로 떨어진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잠은 이 건물에서, 식사는 저 건물에서, 빨래는 또 다른 건물에서 하도록 한다. 주민들은 모든 서비스를 호텔급으로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고한읍 주민들이 직접 나서 마을의 낡은 주택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마을 가꾸기를 하고 있다. 고한 18번가 마을 만들기 위원회 제공
고한읍 주민들이 직접 나서 마을의 낡은 주택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마을 가꾸기를 하고 있다. 고한 18번가 마을 만들기 위원회 제공
불과 1년 6개월 전 일이다. 빈집과 장기주차 차량, 쓰레기더미가 가득했던 골목길을 깨끗하게 만들어 보자며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구성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나갔다. 먼저 마을을 청소하고,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에는 예쁜 꽃이 담긴 화분을 놓았다. 쓰지 않는 게시대와 담장을 허물고 마을 정원도 만들었다. 주민들이 재료비를 모아 직접 시공을 하며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을 새롭게 단장해 주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은 행정 지원을 불러왔다.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각종 폐·공가 재생사업에 참여하면서 골목길 풍경도 금세 바뀌었다. 지금까지 여섯 채의 빈집들이 마을 호텔과 공예카페, 사진관, 마을회관 등으로 변신했다. 또 열 다섯채의 노후 주택이 새 단장을 했다. 빈집이지만 자신의 집을 마을 발전을 위해 선뜻 내놓았던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8번가 마을 호텔 운영모델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상 수상을 비롯해 국토부장관상, 강원도지사상도 받았다. 지난해 국토부 도시재생 소규모 뉴딜 사업에 선정되면서 또 하나의 빈집에 작지만 품격 있는 마을 호텔 객실을 조성할 기회도 생겼다. 아직은 객실도, 운영법인도 준비 단계에 있지만 주민들은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다. 불과 1년여 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성과다. 주민들이 중심이 되고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기관, 단체, 전문가들이 합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18번가 마을 만들기 추진 과정
18번가 마을 만들기 추진 과정
마을 호텔은 최소한의 기본시설(객실)과 지역 상가 간 연계 프로그램으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마을 전체가 호텔로 진화하기 위해선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호텔의 외관과 로비 역할을 하게 될 골목길을 산뜻하게 단장하는 일이 시급하다. 주민들이 노후 주택을 하나씩 바꿔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골목길 정원박람회는 마을 호텔의 경관 조성을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박한 함백산의 정취를 마을 골목길에서 느끼며, 마을 호텔에서 쉬어갈 수 있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주민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18번가의 기적은 하나의 골목에서 시작해 이웃 마을로 번져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18번가 풍경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고한 17리에서는 신촌 다육이마을을 조성하는 등 동참하기 시작했다. 골목길 정원박람회를 18번가를 중심으로 5개 마을이 함께 하게 된 배경이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기획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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