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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산사태 위험 수차례 민원에도…유족·주민 “묵살당했다”

등록 2021-07-06 22:56수정 2021-07-07 02:10

2년 전부터 산 중턱 공동주택 공사
매몰 80대 9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
유족 “시, 붕괴우려 민원 안 받아들여”
작년 곡성도 공사현장 붕괴 산사태
6일 아침 산사태가 발생한 전남 광양시 진상면 탄치마을에서 구조대원들이 매몰됐던 주민을 구조해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아침 산사태가 발생한 전남 광양시 진상면 탄치마을에서 구조대원들이 매몰됐던 주민을 구조해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80대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광양 산사태는 지난해 8월 5명이 숨진 전남 곡성 산사태처럼 인재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아침 6시4분께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 탄치마을에서 인근 산이 무너지며 홀로 살던 주민 이아무개(82)씨가 숨졌다. 이씨는 오전 한때 휴대전화 통화가 이뤄졌지만, 구조작업 9시간 만인 오후 3시께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비가 계속 내려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몰된 또 다른 주택에 살고 있던 주민 4명은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산사태로 주택 2채가 매몰되고 창고 3채가 파손됐다.

주민과 유족은 2019년 4월부터 마을 위 산 중턱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주택 공사가 산사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여러차례 광양시에 위험하다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6일 아침 전남 광양시 진상면 탄치마을 인근 산이 무너지며 주택 2채를 덮쳐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대피했다. 연합뉴스
6일 아침 전남 광양시 진상면 탄치마을 인근 산이 무너지며 주택 2채를 덮쳐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대피했다. 연합뉴스

숨진 이씨의 아들 서아무개(55)씨는 “공사장이 붕괴할 우려가 있어 광양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공사 허가가 났다. 장마철을 앞두고 점검했더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정명순(78·여)씨도 “여러차례 마을 쪽으로 차량 타이어 크기의 돌이 굴러와 광양시에 민원을 넣었다. 공무원은 관심이 없었고, 집주인은 시청에서 허가받았다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공동주택 공사장에 있는 1.5m 높이의 석축이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광양시는 현장점검을 했다고 해명했다. 시 허가과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현장점검을 한 뒤 공사 관계자를 만나 안전성 검토를 제안했으나 법정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거부당했다. 대신 배수로를 정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7일 저녁 8시30분께 전남 곡성군 성덕마을 인근 산에서 진행 중이던 국도 15호선 확장공사 현장이 무너지며 토사가 마을을 덮쳐 5명이 숨졌다. 당시 공사 관계자는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됐지만, 방수포 설치를 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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