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며 광주광역시교육청과 경찰의 학교폭력 대책이 보여주기식이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시민모임)은 8일 성명을 내어 “광주시교육청은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학교폭력 피해자 ㄱ(17)군이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했지만 아무에게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폭력의 종착지는 비극적이지만 교육 당국의 대책은 공허하고 수사당국은 무기력하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시민모임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해 전체 대상자 11만8507명 중 83.7%인 9만9142명이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896명(0.9%)이었다. ㄱ군이 다닌 ㄴ고교도 지난해 576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나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은 없었다.
시민모임은 “시교육청은 매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며 높은 참여율을 뽐낸다. 하지만 참여율을 높이라는 교육 당국의 압박에 떠밀려 학교 컴퓨터 등을 이용해 집단 설문을 하기 쉽다는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이 계속되고 있다. ㄴ고교만 보더라도 실태조사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또 “경찰은 학교마다 전담경찰관이 한명씩 있다고 생색만 낼 뿐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제대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배려가 부족하다. ㄴ고교의 경우 학교전담경찰관이 학교를 방문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이어 “최근 강원도에서도 고교 1학년 학생이 사이버 폭력,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과 시교육청은 정기 실태조사, 학교전담경찰관 배치 등 보여주기식 대책보다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고등학교 2학년 ㄱ군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경찰은 ㄱ군의 동급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ㄱ군의 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 처벌과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글을 올려 이날 오전 11시까지 10만1천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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