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 10층에 보존된 5·18민주화운동 당시 총탄 흔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기둥의 창문쪽 방향에 생긴 탄흔 등은 헬기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광주광역시 제공
전두환(90)씨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찰이 광주 전일빌딩 총탄 흔적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씨 쪽은 헬기사격이 불가능한 각도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맞섰다.
18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심리로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전씨 변호인은 “전일빌딩 10층 내부에서 발견된 탄흔은 지상군의 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주교 변호사는 “2017∼2020년 진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은 감정인이 탄흔의 위치를 눈으로 보고 헬기사격이라고 단순하게 추론했다. 헬기사격으로 창문에서 10㎝ 떨어진 탄흔을 만들려면 300m 상공에서 하향사격을 해야 하는데, 이 높이에서는 창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3차원 도면 등을 통해 이번 재판 쟁점인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부인하며 전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국과수는 전일빌딩의 모든 탄흔이 헬기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한 적 없다. 또 기둥의 창문 쪽 방향에는 탄흔이 있지만 반대편에는 탄흔이 없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끝으로 증거조사를 마친 뒤 다음달 29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최종 변론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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