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점심시간에 지시한 <명심보감> 받아쓰기.학부모 제공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점심시간 <명심보감>쓰도록 한 행위는 교육목적이더라도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광주교육청 학생인권구제소위원회는 “지난해 광주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지시한 점심시간 보충학습은 휴식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행위”라며 “생활교육을 위해 목적이더라도 헌법에 명시된 ‘과잉금지 원칙’에 해당하지 못한 인권 침해사례라고 판단했다”고 10일 밝혔다. 소위원회는 해당 학교장에게 전체 교사 인권교육과 함께 상벌점제 운용 현황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소위가 밝힌 ‘과잉금지 원칙’(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질서유지, 공공의 이익 등을 위해 제한할 수 있지만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해 9∼12월 광주 남구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이 학생에게 점심시간에 <명심보감>쓰기나 컴퓨터 타자연습, 독서 등을 지시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해당 교사는 지시를 잘 따를 경우 ‘으쓱이’, 그렇지 않을 경우 ‘머쓱이’로 분류해 교실에 공개하고 ‘으쓱이’보다 ‘머쓱이’가 많은 학생은 점심시간에 특별지도를 했다.
이 중 가장 점수가 낮았던 이아무개군의 학부모는 “아들이 새벽 3~4시에 숙제를 하겠다고 일어나거나 갑자기 우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며 “아들은 교실에 점수가 공개되고 점심 때 놀지 못하자 심한 압박을 받았다”며 시 교육청에 진정을 제기했고 교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교사는 “1학년은 학습습관과 생활규범을 내면화하는 데 중요한 시기”라며 “하교 뒤에는 별도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점심시간에 보충지도를 했다”고 반박했다. 학교도 입장문을 내어 “학생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겠다는 교사의 열의가 높았다. 보충지도는 10~15분에 불과해 아동학대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에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학생들이 제시간에 명심보감을 쓰기 위해서는 물을 마시거나 용변 볼 시간도 없었다”며 맞선 상황이었다.
광주경찰청은 이 교사의 지시가 정서적 아동학대인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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