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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품은 우크라 고려인 미래는?

등록 2022-04-29 19:31수정 2022-04-29 19:38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H5s우크라이나에서 피난 온 고려인 이스타니슬라브(23·앞줄 오른쪽)씨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서 부모님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H5s우크라이나에서 피난 온 고려인 이스타니슬라브(23·앞줄 오른쪽)씨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서 부모님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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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고려인들이 모여든 것은 20여년 전이다. 스스로 ‘고려인마을’이라고 이름 붙이고 공동체를 꾸렸다. 광주에 사는 고려인 중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가 적지 않다. 고려인은 러시아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많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등록된 고려인은 1만5천여명 수준이지만 비자를 갱신하지 않거나 무비자를 고려하면 3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고려인마을은 전쟁의 공포로 가득했다. 고려인마을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 건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이 간신히 몸만 빠져나와 루마니아, 폴란드 등 인접국가 난민센터에서 힘들게 지낸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이들을 당장 데려오길 원했다. 하지만 1인당 200만원에 달하는 항공료와 비자 발급이 문제였다. 고려인마을은 항공료 마련을 위해 모금을 시작했다.

몇 가족의 항공료가 마련됐다. 다음은 비자 발급이었다. 전쟁통에 여권을 챙길 수 없거나 아예 없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대사관에선 절차에 따라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국제적인 전쟁 반대 여론을 타고, 국내에서도 고려인들의 사연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법무부의 태도도 바뀌었다. 결국 국내 연고가 확인된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27일 현재 한국 땅을 밟은 고려인은 193명이다. 이 중 150여명이 광주에서 지낸다.

고려인마을은 전쟁 참화를 겪은 고려인들이 입국한 뒤에도 손놓고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 두달치 원룸 월세와 간단한 살림살이를 안겼다. 고려인들은 “당장 먹고사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진짜 문제는 두달 뒤다. 이들 대부분은 단기사증으로 입국했다. 최대 90일까지 체류가 허용된다. “앞으로 먹고살려면” 일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3년 이상 머무를 수 있는 재외동포(F-4) 비자나 방문취업(H-2) 비자로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개월 뒤 한국을 떠나야 한다. 고려인마을이 다시 분주해졌지만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먹고사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고려인은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다. 지난달 30일 14살 아들과 10살 딸을 데리고 온 김엘레나(38)씨는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두 아이는 외국인 학교 입학 길이 열리면서 안정을 찾았다. 현재 입국한 고려인 미성년은 모두 30여명이다. 고려인마을이 나서서 지역아동센터 등에 한국어와 한국 사회·문화 교육 등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일 리 없다. 고려인마을은 광주시교육청과 한국 초·중·고교 편입학 방안을 찾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여권과 출입국 관련 서류를 기반으로 학력심의평가위원회의 심의를 열어 학년을 정한 후 거주지 인근 희망 학교로 배정할 계획이다.

고려인마을이 우크라이나 고려인을 돕기 시작한 계기는 마을에 사는 최비탈리씨와 우크라이나에 있는 손자 최마르크군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일이 커진 건 사연을 접한 시민 기부가 이어지면서다. 그렇게 모인 뜻들이 마을을 ‘동포 귀환 운동’ 주체로 밀어올렸다. 고려인마을이 지난 두달여간 한 일은 보통의 민간 영역 수준을 넘어선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당장 5월 한달 입국 예정인 고려인이 200여명, 항공권 지원을 기다리는 이들이 300여명이다.

김용희 전국팀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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