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5층 건물 철거 당시 모습.국토교통부 제공
1년 전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를 일으켜 시민 17명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공사 관계자들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일부 피고인들은 책임을 떠넘겼고 일부 피고인은 인정하면서 선고 결과가 주목된다.
13일 오후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서아무개(57) 현장소장은 징역 7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노아무개(57) 공무부장과 김아무개(56) 안전부장에게는 각각 금고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현대산업개발과 철거공사를 계약한 한솔기업의 강아무개(28) 현장소장과 불법하도급업체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인 조아무개(47)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6개월, 감리자 차아무개(59·여)씨에게는 징역 7년, 한솔기업과 이면계약한 다원이앤씨의 김아무개(49) 현장소장에게는 금고 5년을 구형했다. 또 현대산업개발 법인에는 3500만원, 한솔기업에는 3천만원, 백솔건설에는 5천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에서 5층 건물 해체 공사 중 부실한 현장 관리로 붕괴사고를 일으켜 시민 9명이 죽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지며 인근 정류장에 정차했던 버스를 덮쳤다.
국토교통부와 경찰 조사 결과 한솔기업은 현대산업개발과 50억원에 철거공사 계약을 맺은 뒤 작업반경이 큰 장비(롱붐)를 건물 외부에 세워놓고 옥상부터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해체계획서를 동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실제 공사는 12억원에 불법하도급 계약을 맺은 조씨가 맡았다. 그는 일반 굴삭기를 활용하기 위해 건물 뒤쪽에 흙벽을 쌓아 4층으로 파고들었다. 비산 먼지 민원을 우려한 한솔기업 등은 흙벽에 물을 뿌렸고 마찰력을 저하된 흙벽이 무너지며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감리는 단 한 번도 현장점검을 하지 않았다. 다원이앤씨는 한솔기업과 7대3으로 이면계약을 맺은 뒤 공사를 공동으로 관리했다.
최후 변론에서 현대산업개발 쪽 피고인들은 변호인을 통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반성하겠다”면서도 “도급자로서 안전주의 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다원이앤씨의 김 현장소장도 “공사에 관여할 위치가 아니었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감리자 차씨는 “철거공사 규모를 봤을 때 상주감리 계약을 하려 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비상주 감리 계약을 요구했다. 현대산업개발과 한솔기업이 나를 따돌리며 해체 공사일정을 알지 못했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조씨와 강씨는 책임을 인정했다. 조씨는 “모든 것이 제 잘못이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남은 인생은 봉사하면서 살겠다”며 울먹였다. 강씨도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끝까지 거짓말로 자신을 변호하는 피고인들이 부끄럽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을 연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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