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관영 전북도지사,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시 제공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닙니다.”
19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기자실에서 시 고위 관계자가 ‘국가지원형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전략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날 호남권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연 ‘예산정책협의회’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자 광주시가 서둘러 마련한 현안 설명회였다. 광주시는 설명회에서 전날 강기정 시장이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해 국비 9천억원 지원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당장 시가 요청한 9천억원 가운데 트램, 도로 등의 연결 교통망 구축비로 6천억원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도시철도 미운행 구간인 농성역~챔피언스필드 연결로에 수소 트램을 건설하려는 강 시장의 공약과 무관한지도 궁금했다. 이 구간은 외지의 유통 재벌들이 복합쇼핑몰 건설을 희망하는 지역을 통과한다. 시의 답변은 두루뭉술했다. “(국비 요청은) 그 구간과는 관련이 없다. 복합쇼핑몰 예정지는 아직 모르지만, 약간의 근거를 대서라도 예산을 확보하려고 했다.” 복합쇼핑몰과 트램·도로를 연계할 경우 국비로 특혜를 제공하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복합쇼핑몰 유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건 뒤 정부의 광주 지역 7대 과제에 포함됐다. 광주시로선 “물 들어올 때 배 띄우자”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민간사업에 거액의 국비를 요청하려면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복합쇼핑몰과 관련한 광주시의 무리수는 이미 예견됐다. 강 시장이 지난 11일 복합쇼핑몰 유치를 ‘국가주도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논란이 일자 광주시는 다음날 ‘국가주도형’이란 표현을 ‘국가지원형’으로 바꿨다. 그러나 ‘주도형’이든 ‘지원형’이든 무슨 이름을 붙여도 복합쇼핑몰 건립은 민간사업이다. 이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주도하려는 순간 ‘특혜’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광주시는 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법적 기준에 따라 합당한지를 따져 인허가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광주시가 정부 여당에 관심을 촉구할 영역은 미래 일자리와 공공 부문이어야 한다. 차라리 강 시장의 핵심 선거공약이기도 한 ‘광주·전남 상생1호 300만평 반도체 특화단지’와 관련해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민선 6·7기 때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도 국비가 필요한 사업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복합쇼핑몰도 갈 수 있지 않겠나?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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