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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931원 입금했다…92살 강제동원 피해자에 이런 망발

등록 :2022-08-04 16:07수정 :2022-08-05 09:37

근로정신대 피해 정신영 어르신께 99엔 입금
“장난인가, 한국 무시하는 행위…사과도 없다”
일본, 후생연금 가입 사실 처음엔 ‘은폐’하기도
“피해자 인권 모독, 우리 정부 태도도 한몫”
일본연금기구가 정신영 할머니의 계좌에 입금한 931원.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직접 후생연금 탈퇴 수당을 입금한 것은 처음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본연금기구가 정신영 할머니의 계좌에 입금한 931원.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직접 후생연금 탈퇴 수당을 입금한 것은 처음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1000원도 안 되는 돈이에요. 일본 그 사람들이 장난하고 (우리를) 무시하는 행위지요.”

일제강점기 때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다가 광복 77년 만에 일본 정부로부터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31원을 받은 정신영(92·전남 나주) 할머니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 미안하다는 말 한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당시 엔화 가치로 보면 99엔에 해당한다. 물가 상승 등을 살피지 않고 77년 전 계산 방식으로 1000원도 되지 않은 돈을 보낸 입금자는 일본 정부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다.

정 할머니는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로 1944년 나주공립초등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5월께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끌려가 18개월 동안 고초를 겪었다. 정 할머니는 “폭격이 돼서 저녁이면 불이 훤하고, 난리가 났지요. 지진 나서 일곱인가 죽었어”라고 말했다.

원안은 일제강점기 때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던 정신영 할머니.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원안은 일제강점기 때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던 정신영 할머니.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광복 77년 만에 일본 정부로부터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31원을 받은 정신영 할머니.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광복 77년 만에 일본 정부로부터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31원을 받은 정신영 할머니.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정 할머니는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도난카이 지진 때 같은 공장에 있던 한국인 소녀 김순례·최정례 등 6명이 사망한 사실을 기억했다. 한국에 돌아올 때 동전 세 개 달랑 받았던 정 할머니는 2020년 1월14일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정 할머니가 법원에 강제동원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소송 대리인단은 일본 시민단체인 나고야소송지원회를 통해 일본연금기구에 정 할머니 등 11명의 강제동원 피해자의 후생연금(일종의 국민연금) 기록을 요구했고, 후생연금 탈퇴 수당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일본연금기구는 “전쟁 재해로 후생연금 피보험자 명부를 소실해 대장이 보관돼 있지 않다”고 발뺌했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양금덕, 정신영 할머니가 ‘강제노역’ ‘내 목숨값’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양금덕, 정신영 할머니가 ‘강제노역’ ‘내 목숨값’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하지만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정 할머니의 후생연금 번호를 제시했다. 나고야소송지원회 쪽은 20여년 전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법정 소송과정을 지원하면서 후생노동성 자료에서 수기로 적어 놓았던 한국인 후생연금 가입 기록자 가운데 정 할머니의 이름을 어렵사리 찾아낸 것이다. 일제가 창씨 개명을 강요했던 강점기 때 정 할머니의 일본 이름은 ‘가야다니 신에이’였다.

일본의 한 국회의원은 일본연금기구를 관할하는 후생노동성에 가야다니 신에이의 후생연금 번호를 제시하며 집요하게 추궁하자, 후생노동성은 뒤늦게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고, 일본연금기구가 탈퇴 수당을 지급했다. 일본연금기구는 2009년과 2014년 양금덕(93)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의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과 199엔을 대리인 역할을 했던 일본인 변호사의 통장으로 입금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정 할머니의 통장으로 직접 입금했다.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사죄와 기록 공개를 촉구했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오후 1시30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99엔 지급’을 사죄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지급 임금 및 연금 관련 기록 등을 전면 공개한 뒤,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일본이 이렇게 피해자의 인권을 모독하고 무시한 데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특별현금화명령(강제매각) 사건을 맡은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강제집행을 방해하고 나섰다”며 “일제에 쓰라린 아픔을 겪은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한일관계 복원을 구걸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제강점기 때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13~15살 여자 어린이는 300여명이며, 후지코시 공장에 동원된 근로정신대는 1089명으로 알려졌다.

▶ 바로가기 : 외교부가 X맨이냐…“의견서로 소송 방해” 강제동원 피해자들 ‘분통’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053252.html?_ga=2.185172076.498979442.1659314002-821683540.1635830458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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