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모습.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를 낸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예비입주자들에게 수천억원 규모의 주거지원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예비입주자들은 실질적인 지원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현산은 ‘2630억원 규모 광주 화정아이파크 주거지원 종합대책안 마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붕괴사고로 인해 입주가 수년 미뤄진 예비입주자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1천억원을 들여 각 가구당 61개월간 전세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1억1천만원을 무이자 대출해주고, 무이자 대출을 받지 않으면 입주 때까지 연리 7%를 적용한 금액(3900만원 수준)을 분양가에서 할인한다는 계획이다.
또 1630억원을 투입, 예비입주자의 중도금 대출액을 대위변제(대신 상환)해 예비입주자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규제에서 벗어나 추가 대출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방침이다.
현산은 12일부터 예비입주자를 직접 만나 지원 대책을 안내하고 10월부터 주거지원금 집행, 중도금 대출 대위변제를 실행해 나간다고 밝혔다. 예비입주자가 계약 해지를 원하면 계약상 해지 시기(내년 2월)를 앞당겨 10월부터 해지해주고 위약금(분양가 10%)과 이미 납입한 금액의 이자 비용을 지급한다.
예비입주자들은 현산의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 회장은 “현산은 거창하게 수천억을 지원하는 것처럼 언론 홍보를 했지만 이자를 포함한 중도금은 현산에 상환하는 방식이라 실질적인 지원은 각 가구당 무이자 1억1천만원 대출이 전부”라며 “이 정도로는 비슷한 수준의 전세 아파트를 구할 수 없어 예비입주자 사이에서 항의 방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우경 현산 홍보팀 부장은 “예비입주자들이 요구를 전부 수용하면 좋겠지만 8개동 철거로 발생한 손실이 3700억원에 달하고 붕괴사고로 인해 금융권 대출과 추가 수주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대책을 세웠다”며 “예비입주자를 일대일로 만나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치디시 아이앤콘스가 시행을 맡고 현산이 시공을 맡은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2개 단지 8개 동 847가구 규모로 올해 11월 입주 예정이었다. 올해 1월 노동자 6명이 숨진 201동 붕괴사고가 일어나 2027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전체 동 철거와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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