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립을 위해 도시계획 변경 절차를 추진 중인 부영골프장 터.나주시 제공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부영그룹의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터 기부를 놓고 전남도가 협약서를 공개했지만, 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골프장 터 절반을 기부하고 남은 땅에 아파트를 세우면 수십년간의 골프장 운영 이익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전공대 터 기부안 특혜 논란을 제기했다.
앞서 8일 전남도와 나주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부영주택과 체결한 3자간 합의서를 공개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전공대를 유치하기 위해 전남도가 부영주택에 과도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부영주택은 골프장 나주부영CC 터 75만2000㎡ 중 40만㎡(공시지가 기준 800억원 상당)를 한전공대 부지로 무상 증여한 뒤 남은 땅에 5300가구 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을 추진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전남도는 협약서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청을 거부하다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협약서 공개를 결정했다.
2019년 1월4일 체결한 협약서를 보면 무상 증여 내용과 함께 해당 터 소유권 이전 뒤 부영주택이 남은 35만2000㎡에 대한 용도지역 변경 등을 제안할 경우 주거용지 용적률(300%) 이내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해 8월9일 체결한 ‘한전공대 부지 증여(기부) 약정서’에는 ‘전남도와 나주시는 2019년 12월 말까지 기부를 하고 남은 땅의 용도를 기존 보전용지에서 주거용지로 변경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도 있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들어선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전경.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를 두고 박창환 전남도 정무부지사는 “전남도가 부영주택에 먼저 기부를 제안했고 한전공대 등이 들어서면 주거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4월 부영주택이 용적률 199.9%, 최고 층수 28층 이하로 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특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나주 혁신도시 기준(용적률 179.94%)에 맞춰 보완하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부영주택은 같은 해 7월 용적률 179.94%를 내용으로 하는 도시관리계획안을 제출해 나주시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협약서에 ‘주거용지 변경’과 ‘용적률 300%’를 적시한 점 자체가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성명에서 “협약서에는 부영골프장 잔여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한전공대 부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어 기존에 알려진 기부가 아닌 거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기부를 하지 않고 골프장을 운영했을 경우 연간 순이익은 수십억 규모이지만 5천가구 이상 아파트를 건설하면 5000억원의 이익을 한 번에 거둬들일 수 있다”고 했다.
오주섭 경실련 사무처장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보전용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특혜”라며 “도시계획사전협상제를 도입해 기부하고 남은 땅은 적정한 공공기여가 이뤄지도록 행정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 쪽은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영그룹 홍보실은 입장문에서 “나주부영CC는 무차입 경영에 따른 우량한 사업장으로서 30년 미래가치는 약 7천억원으로 분석된다”며 “이러한 우량 사업장을 전남도민과 나주시민의 염원에 따라 무상으로 40만㎡를 기부해 나주혁신도시로 한전공대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부영그룹은 “기부 후 남은 잔여부지에 향후 한전공대와 에너지밸리 조성 등으로 인한 주택수요에 대응하고 주변 용도 등 법적인 절차에 맞게 아파트부지를 개발하는 것이며, 이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주택건설사업은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성이 크고 분양과 입주시기 경제상황에 따라 이익의 변동성이 큰 사업이기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특혜의혹은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