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장록동 디케이산업 공장 앞에서 산업재해 사망자의 유족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제 동생은 눈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회사는 폐회로(CC) 텔레비전 영상 등 사고 과정을 담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약속했만 해놓고 여지껏 묵묵부답입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책임자들이 꼭 처벌을 받았으면 합니다.”
9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전자제품 부품제조업체 디케이(DK)산업 공장 앞에서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공장에서는 7일 밤 9시14분께 노동자 ㄱ(25)씨가 크레인(호이스트) 작업을 하다가 1.8t 철제코일에 깔려 숨졌다.
ㄱ씨 형은 이날 민주노총 광주본부(노조)가 연 추모 기자회견에 참석해 “동생은 최근 일하다 손을 다쳐 응급실에 가는 등 이 회사에 다니면서 수없이 다쳤다”며 “평소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회사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형부품을 교체했는데 갑자기 터져서 파편을 가슴에 맞아 죽을 뻔했다’, ‘붕대, 실밥 풀고 재활해봐야 알 것 같다’ 등 ㄱ씨와 평소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입사 3년 차인 ㄱ씨가 최저 시급을 받고 일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야간근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2인1조 작업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고 중량물 취급 규정을 담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어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를 보면 크레인 등을 이용해야 하는 중량물을 취급할 땐 중량물 제원, 작업시간, 운반경로 등을 담은 작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작업지휘자가 안전 작업을 지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회사가 평소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신임 회장이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디케이산업을 방문한다고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는 일주일 전부터 모든 노동자를 건물 페인트칠 작업에 동원한 것을 알려졌다.
디케이산업은 삼성전자 협력회사로, 지난해 매출 2152억원, 직원 773명이 근무하는 중견 기업이다.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광주시 등으로부터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대표이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한편 노동청과 광주시에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중대재해 방지 협의회(가칭)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경찰과 광주노동청은 정확한 경위 조사와 함께 회사를 상대로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디케이산업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