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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한 건 도시…농산어촌은 절대 소멸 안 해”

등록 2022-12-13 07:00수정 2022-12-13 08:48

이수일 고흥마을대학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수일 고흥마을대학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최근 지방소멸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사를 봐도 농산어촌은 절대 소멸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도시가 지속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제 살길은 농산어촌에 있습니다.”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포두면 차동리에서 만난 이수일(70) 고흥마을대학 이사장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꼽힌 고흥의 장래가 오히려 밝다고 했다. 낙관의 근거가 뭐냐는 물음에 “도시는 농산어촌에서 공급되는 영양분으로 지탱한다. 식량 문제가 닥치면 도시는 한달 이내로 붕괴하지만 지방은 지탱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도시 문명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그는 코로나19 위기를 꼽았다. 지난 3년간 소상공인은 도시 빈민으로 몰렸고 밀집 생활은 감염병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기후재난과 팬데믹 때문에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소상공인과 생존을 위해 농산어촌으로 빠져나오려는 도시 거주민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소멸을 걱정할 게 아니라 대도시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지방과 농산어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도농상생과 지역균형발전의 기회로 삼으면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레 사라지겠죠.”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 이사장은 마지막 부임지인 전남에서 2014년 정년퇴직한 뒤 고흥에 터를 잡았다. 올해로 귀농 9년차다. 정착 초기는 누구나 그렇듯 그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는 당시 경험을 되살려 다른 귀농인에게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은퇴자와 달리 청년 귀농인은 대부분 일자리 문제 등으로 도시를 탈출하려고 준비와 의지가 부족한 상태로 귀촌부터 하고 봐요. 자치단체는 억대 부농이 될 수 있다며 2%대 이자에 5년 거치 뒤 10년 상환을 조건으로 3억원까지 빌려줍니다. 이를 갚으려면 귀농 6년차부터는 한달에 300만원씩 갚아나가야 해요. 수십년 경험이 쌓인 농부도 하지 못한 일을 초보들이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귀농에 성공하려면 직접 농가에서 일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일손이 부족한 농산어촌에는 일용직이나 월급제 일자리가 넘쳐납니다. 무턱대고 자기 농사를 시작할 게 아니라, 돈을 벌면서 농사를 배워야죠. 그래야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도시로 자녀를 떠나보낸 농산어촌 주민들은 자기들이 세상을 떠나면 수십년간 일궈온 터전과 경험이 사라질까 걱정한다”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는 청년이 언제라도 다가온다면 모두 친자녀 같은 마음으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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